포스트PC 산업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포스트 PC가 앞으로 IT산업을 이끌어갈 주력제품으로 부상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
PC는 앞으로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전통적인 가전제품도 대부분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제품이 포스트PC 산업 분야를 주도할지, 과연 그 시기는 언제쯤 도래할지 등 각론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트너의 이안버트램 수석 분석가는 “개인휴대단말기(PDA)는 팜의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에서 향후 5년간 평균 60%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며 “만약 성장률이 낮아진다 할지라도 예상치에서 10% 이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무선인터넷 단말기인 웹패드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는데다 인터넷 접속기기로서도 PDA에 밀린다는 점에서 시장 성장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의 나준호 연구원도 “PDA 이외의 분야는 아직 도입기를 겪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관망하는 것도 바람직한 전략”이라며 “일부에서는 도입기에 시장에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포스트PC 분야는 도입기 시장진입 이점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클릭TV의 윤종진 부장은 “대만의 경우 지난해 인터넷 세트톱 박스 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150여개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10여개사만이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정 제품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말고 시장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PDA분야와 관련해서는 정보통신부가 PDA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직 최종안은 도출되지 않았지만 많은 부분이 PDA 관련 핵심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우정사업본부의 PDA 보급확대 등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이나 수출지원책도 마련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정부지원안이 국내 PDA산업에 도움을 주겠지만 국내 PDA업계가 산업적인 측면에서 안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브랜드에서는 선진기업에 뒤지고 생산측면에서는 대만업체들에 밀리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 내수 활성화와 관련, 성역으로 취급돼온 보조금 문제에 대해 정부가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내 PDA산업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은 이동통신 기술과 접목한 PDA폰에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망과 무선 PDA를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PDA 서비스 유형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최소 60만원을 호가하는 PDA폰의 가격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으며 이 일환으로 보조금을 일정기간만이라도 허용하자는 주장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연평균 500만대 이상의 풍부한 내수 기반을 갖춘데다가 최근에는 스프린트 등 이동통신사업자가 PDA폰 서비스를 실시키로 하는 등 서비스분야에서도 앞서갈 채비를 하고 있다”며 “내수와 서비스에서 모두 뒤진다면 사실상 국내 PDA산업은 영원히 주변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원칙만 고집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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