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의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성홍 감독의 ‘세이 예스’는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한국영화에 대한 중견 영화사와 감독의 후퇴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는 요즘, 황기성 사단과 김성홍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세이 예스’의 내러티브는 ‘손톱’이나 ‘올가미’ 등 그동안 김 감독이 보여줬던 스릴러에서 한단계 더 장르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역동감이 있는 비극적 스릴러라는 감독의 전략은 주로 밀폐된 공간에서 공포의 코드를 자극했던 과거의 작품들과 달리 80% 이상을 로케이션으로 처리, 로드무비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반부의 자동차추격장면 등은 촬영에 상당한 공을 들인 점을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이러한 몇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세이 예스’의 전체적인 영화적 스타일이나 완성도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평범한 잔혹 스릴러로 남고 말았다.
젊은 신혼부부와 여행길에 예기치 않게 동행을 하게 된 남자 M. 차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함부로 말을 내뱉는 그에게 무례함을 느낀 남편은 길 중간에 그를 내려놓고 가지만, 곧 얼마못가 M으로부터 자신들의 여행을 방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화가 치민 남편은 M에게 전치 8주의 상처를 입히게 되고 M은 합의조건으로 ‘3일간의 동반여행’을 제안한다. 그와 함께 여행하는 3일간 부부는 조금씩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M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고, 그로부터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점점 M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M은 남편의 목숨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자신에게 아내를 죽여 달라는 부탁을 하라고 다그친다. 제목의 ‘세이 예스’는 이를테면 남편에게 던져진 목숨에 대한 교환조건인 셈이다.
우연히 알게 된 낯선 침입자의 방해.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살인마가 이들 가족을 노리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 행복함에 대한 질투다. 할리우드의 장르영화에서 흔히 봐 왔던 이러한 코드는 사실 한국영화에서 설득력있는 논리를 펴 나가기엔 다소 어려움이 뒤따른다. ‘세이 예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관객들은 M에 대한 그 어떠한 실마리도 제공받지 못한 채 끝을 알 수 없는 그의 광기를 참아내야만 한다.
감독은 M에 의해 저질러지는 피의 향연을 통해 잔혹함이라는 심리적 정서를 자극해 나간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노력하긴 했으나 ‘불후의 명작’ 이후 오랜만에 관객앞에 얼굴을 보이는 박중훈이 정신이상의 살인마를 연기하기엔 역시 아직도 너무 착한 웃음을 보여주는 연기자다. 비극적인 살인마를 표현해내는 흥미로운 그의 몇가지 전략이 관객들에게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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