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IT 교류 협력 실천하자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 parkcm@postech.ac.kr

 

 우리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서 서로의 왕래는 고사하고 편지조차 주고받지 못한 지 반세기가 넘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것은 지난해 6월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과 6·15 공동성명 발표 이후 잇단 몇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과 장관급 회담, 미 국무장관의 방북 등 과거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고 세계 여러 나라는 물론 자국의 과학자들마저 반대하는 미사일방어(MD)체계를 고집하면서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아울러 남북관계마저 냉랭한 기운이 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교류가 ‘올 스톱’된 것은 아니며 최소한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교류와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추진된 IT 분야 협력사례는 현대 아산의 금강산 IT밸리 또는 개성 IT밸리 조성 추진, 엔트랙의 평양교육센터 설립 및 평양프로그램 개발 사업단지 조성 추진, 하나비즈닷컴을 주축으로 한 몇 개 기관과 평양정보쎈터(PIC)와의 소프트웨어 공동개발 추진 등 여러 건이 있다. 그중 현실화된 사업이 8월 2일 시무식과 교육센터 개소식을 가진 중국 단둥에 설립된 ‘하나프로그람쎈터’라 하겠다. 남측의 하나비즈닷컴과 북측의 평양정보쎈터가 공동으로 설립한 하나프로그람쎈터에는 현재 46명의 북측 IT 연구원이 와 있는데 이중 10명은 남측 기업과 공동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나머지 36명은 앞으로 공동개발에 투입되기 위해 사전교육을 받는다.

 이같이 많은 IT 기술자가 중국 단둥에서 남측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하고 교육받으며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참으로 획기적인 사실이며 그동안 말로만 오고 갔던 IT교류 협력이 실천으로 옮겨진 생생한 사례가 된다.

 또한 그동안 통일IT포럼과 전자신문사가 주축이 되어 PIC에서 원하는 IT관련 도서를 수집한 것이 1000여권이 되었으며 그중 일부를 금번 평양방문 때 PIC에 전달했다. 이 사실 또한 몇 년 전과 비교할 때 매우 큰 변화라 하겠다. 수년 전에 평양을 방문했던 재미동포 교수 한 분이 미국에 돌아간 후 김책공업종합대학에 기증하기 위해 재미한인기술자협회의 협조를 얻어 1000여권의 기술서적으로 모아 보낸 일이 있는데 그때 우리글로 쓴 책은 북에서 거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글로 된 일반도서는 물론 관련 교수들의 연구논문까지 제목과 연도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온 것을 보면 북에서도 IT 분야 정책이 많이 완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북측의 정책변화는 고위층을 위시해서 과학기술자·일반시민에 이르기까지 경제발전에 있어 IT 분야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동안 연구하고 생각해 왔던 남북 IT 교류 협력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첫째로 신뢰성을 구축해야 한다. 서로가 믿지 못하면 교류와 협력이 불가능하다.

 둘째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남이나 북이나 정부의 허락을 받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셋째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교육과 관련해서는 용어의 이질감을 해소해야 하고 상대방의 실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넷째로는 이윤에 급급하지 말고 처음에는 투자하는 자세로 임하고 차차로 수익 모델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쪼록 남북 IT 교류와 협력이 원활히 이뤄져서 통일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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