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DA 시장은 지난 상반기에 대략 10만대의 시장을 형성, 작년 총시장 규모인 7만대를 이미 초과하는 등 외형상으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시장 조사기관이나 정보통신부가 예상한 장밋빛 성장률에는 못미치는 수치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시장 전망치가 부실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한 현실감이 없는 수치였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으나 막상 실적이 이렇게 나타나자 실망하는 눈치다. 게다가 판매량의 적지 않은 부분이 끼워팔기나 경품 등으로 채워졌다. 온라인 시장 조사기관인 베스트사이트가 지난 6월 발표한 PDA 이용 현황을 보면 선물로 받는 사례(20.6%)나 직장에서 지급(8.6%) 등 돈을 지불하지 않고 얻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작 성장에 따른 과실은 국내 업체보다는 컴팩, 팜 등 다국적 기업들에 더 많이 돌아가고 있다. 컴팩은 지난 상반기 2만4500대를 판매, 판매대수로는 제이텔(2만8000대)에 뒤졌으나 매출액 측면에서는 제이텔을 2배 가까이 따돌렸다. 팜은 국내 총판 업체를 추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태세다. 또 핸드스프링이 국내에 새로 진출했으며 한국HP는 핸드헬드 PC를 내세워 국내 시장 재입성을 자신하고 있다.
PDA는 그나마 낳은 편이다. 웹패드나 웹터미널, 윈도기반터미널(WBT) 등 신클라이언트 등의 인터넷 접속기기 상반기 판매량은 1만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한 관계자는 “어차피 해외 시장에 나가더라도 성장 발판은 내수가 받쳐줘야 한다”며 “올해 내수가 20여만대 시장을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1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업체당 평균 2만여대 판매에 그쳐 순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해외 진출은 더욱 험난한 벽이 놓여있다. 이러한 빈약한 내수 기반으로는 중소
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시장 진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아직 사업을 본격화하지 못한 국내 굴지 대기업마저도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생산기지로는 이미 대만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대만업체들은 전세계 마더보드의 70%, 노트북 생산의 53% 등 세계 최대 PC 생산기지의 이점을 살려 이미 컴팩 등 세계 유수 업체의 PDA나 웹패드 등 포스트 PC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OEM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많은 국내기업들의 벽으로 다가서고 있다. 대만 경제부 산하 조사기관 MIC가 내놓은 시장 자료에 따르면 대만업체들의 스마트핸드헬드기기 생산량은 올해 155만대에서 오는 2003년에는 1181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PC관련 산업이 선진업체들의 높은 브랜드벽, 대만 및 중국업체들의 생산능력에 밀려 고전하고 있듯이 포스트 PC분야에 있어서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의 적지 않은 자산이 있다. 대다수 포스트 PC 전문가들이 국내 포스트 PC산업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정보통신 기술의 우위다. 즉 이동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포스트 PC와 접목하는 기술은 어떠한 경쟁업체보다도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방한한 이안 버트램 가트너 수석분석가는 “모바일 컴퓨팅 산업이 무선랜이나 2.5G, 3G 등 이동통신 기술과 결합하는 2003년경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도 비장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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