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삼성전자, 글로벌 e마켓 활용 `극과극`

 지난해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 설립과정에서 주주사로 참여했던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정작 이들 e마켓 활용도에서는 ‘적극 활용’과 ‘지지 부진’으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대표 구자홍 http://www.lge.com)는 지난해 자신을 포함해 총 10개사의 세계적 IT업체가 주주로 참여한 이투오픈의 한국법인과 잇따른 협업계약을 맺고 글로벌 e비즈니스 프런티어로서의 입지강화에 나선 반면 삼성전자는 15개 대기업이 공동 출자한 컨버즈가 설립 1년이 다가오도록 구체적인 활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쟁력 강화와 비용절감 효과를 노리고 참여한 양사의 글로벌 B2B 전략에서 일단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적응과 활용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설립 당시 빠른시간 내에 구매·판매 채널을 컨버즈로 전환하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디지털 프런티어라는 명성에 못미치는 게걸음 횡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G전자, 이투오픈을 전사 확대 적용=지난 5월 LG전자는 디지털 및 아날로그를 모두 포함한 TV부문에서의 제품협업(Product Collaboration)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온스크린디자인(OSD·TV에 표시되는 문자표기) 설계기간을 기존 53일에서 20일로 획기적으로 단축시켰고 연간 약 2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또한 설계 업무의 글로벌 디지털화 기반을 구축해 전세계를 상대로 상품의 적기개발 대응체계를 마련, 제품 경쟁력을 제고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 회사는 또 최근 공급망협업(Supply Chain Collaboration)에서도 이투오픈과 계약을 체결,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을 시작으로 오는 2003년까지 해외 36개 공장 전부와의 공급망 협업을 이투오픈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이 계약에 따라 LG전자는 해외부품 공급업체와 생산계획, 제고현황 등을 주고 받으며 향후투자와 생산계획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LG전자의 이같은 이투오픈 활용계획은 이미 수년 전부터 활용해오던 자체 구매조달망인 ‘GISVAN’과 ‘X넷’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구매조달망은 X넷, 해외판매는 이투오픈이라는 글로벌 B2B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어서 돋보인다.

 이 회사 황호진 상무는 “그동안 활용하던 자체 프라이빗의 장점은 살리면서 글로벌 B2B는 향후에도 이투오픈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 경영진들의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 컨버즈 활용 왜 미진한가=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컨버즈 출범 이후 최초의 해외법인인 컨버즈코리아가 올 2월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재고물량 판매와 몇가지 물품을 선정, 기존 거래처를 컨버즈에 등록시켜 실거래하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컨버즈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그동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구축한 글로넷이라는 자체 프라이빗마켓과 컨버즈라는 퍼블릭마켓 사이에서 확실한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크다. 이는 글로넷을 통해 약 2000억원의 경비절감을 실현했다는 주장에서 보듯이 현재 나름대로 잘돌아가는 시스템을 컨버즈로 전면 전환한다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문제는 글로넷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넷은 구매처와의 거래정보 및 분석이 미진하고 구매와 판매 중 구매만 대행하는 제한요인을 지녔다. 또 글로넷은 국내 영업망과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과의 구매부문에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막상 구매력을 가진 해외의 대등 또는 상위업체와의 거래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구매력있는 해외업체들이 글로넷에 들어와 삼성의 프로세스에 맞춘 거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은 현업적인 관행과 글로넷이나 EDI를 통한 거래에 익숙한 상황에서 컨버즈에 대한 확신이 서지않고 있다”며 “특히 CIO 등 경영진 차원에서 프라이빗마켓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LG전자는 이투오픈의 활용도를 전사차원으로 확대함에 따라 퍼블릭마켓 활용의 모범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이투오픈은 LG전자와의 계약을 계기로 총 11개사의 주주사를 대상으로한 거래를 잇따라 창출하며 전자업계 퍼블릭마켓 활성화를 선도할 전망이다. 이미 IBM, 솔렉트론 등이 협업시스템 적용을 위한 최종 실험단계를 마친 상태며 일본의 마쓰시타 등 비주주사들도 이투오픈 시스템을 e프로큐어먼트화하기 위해 협의중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컨버즈와의 거래를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글로넷을 이용한 구매시스템은 그대로 가져가고 그동안 글로넷이 미처 제공하지 못한 거래처와의 ‘물류정보시스템’을 컨버즈를 통해 제공받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컨버즈 활용에 있어서는 전사적인 적용보다는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퍼블릭마켓 활용도에서 LG전자보다 늦어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자칫 퍼블릭과 프라이빗의 활용 방안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다 신뢰성있는 체계의 활용을 위해 프라이빗과 퍼블릭 양쪽 다 염두에 둔 B2B를 추진할 것”이라며 “최근 내부적으로는 지금의 글로넷을 격상시켜 완벽한 프라이빗마켓 중심으로 가던가, 아니면 보다 적극적으로 컨버즈를 중심으로 한 퍼블릭마켓을 지향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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