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류재철 교수
최근 국내에서도 스마트카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동통신제휴카드나 건강보험카드 등 공공·민간 부문에서 시장의 기폭제가 될 만한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스마트카드의 시장성에 눈을 떴다. 유럽 GSM 환경에서는 이미 ‘가입자인증모듈(SIM)’카드를 기본 탑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5월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 시장규모는 지난해 22억달러에서 오는 2006년 무려 8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마트카드가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비단 시장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시장조성의 걸림돌이 돼 왔던 시스템간 호환성 부족, 막대한 인프라 구축비용 등의 문제가 개방형 시스템이 등장함으로써 빠르게 해결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자바카드·멀토스·스마트카드포윈도(SCW) 등 오픈플랫폼 기반의 다기능 스마트카드가 속속 상용화하면서 이같은 전망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시장환경을 놓고 마냥 낙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스마트카드산업이 정보기술(IT) 시장의 미래 주춧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국내 기술로 스마트카드 관련 통합 솔루션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내 업계는 대부분 해외 원천기술을 들여와 응용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그쳤지만 이 정도로 향후 국내외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용자들이 통합솔루션과 이에 상응하는 노하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젬플러스·오버듀·슐렘버저 등 종전 카드 제조업체들이 종합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국내에서도 칩·COS·오픈플랫폼·대용량메모리·생체인식·보안기술·응용시스템 등 기반기술이 충분히 뒷받침되는 가운데 카드관리시스템(CMS) 등 관리기술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취약한 기술분야를 산학연 공동으로 수행하고 그 성과물은 상용화에 곧바로 투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수요가 일어나고 있는 정보통신·금융·의료·교통·가전·보안 등 각종 응용 분야와 접목을 시도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실익을 줄 수 있는 스마트카드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사용자 스스로 필요에 의해 각종 응용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배제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서비스 모델을 갖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과 표준에 관한 한 해외시장 조류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갖추기 힘든 원천기술과 표준은 적극 수용하는 대신 시장성있고 충분히 공략 가능한 분야에서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하드웨어와 달리 EMV 등 산업계 표준만이 제출돼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국내 독자 기술력 확보와 함께 해외사업자들과 적극적인 연계가 필수적이다. ‘국산’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자칫하면 국내 산업계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또한 스마트카드는 향후 핵심 보안솔루션으로 그 활용성이 크다. 이제 국내 암호정책과 국제 보안평가기준(CC)의 연계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스마트카드 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대신 보편적인 인프라만 제공되면 엄청난 응용 잠재력을 갖고 있는 미래 황금시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펼쳐지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 등 눈앞에 보이는 실익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발전전망하에 정부와 업계가 산업육성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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