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연줄로 받은 특허의 경제성

◆성창특허법률사무소 고영회 변리사 

 우리나라 사람은 연줄을 중시한다고 한다. 최근 어느 설문조사에서 많은 사람이 문제가 생기면 규정된 절차를 따르는 것보다 학연, 지연, 인맥 등 이른바 연줄로서 해결하려는 시도를 먼저 한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원인분석과 개선책이 나와야 할 부분이지만 필자 스스로도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자연스레 어디 아는 사람 없는지 찾는 쪽으로 생각이 많이 기울어진다. 특히 법에 관련된 문제는 법의 해석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안이 중요할수록 해석할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접근할 생각부터 하게 된다. 그 동안 법의 해석에서 유전무죄와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왔던 사회현상과 깊이 관련되어 있으렷다. 연줄을 찾아 로비를 하는 것이 정공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매우 합리적(?)인 판단에서 연줄을 찾아 헤매게 만드는 게 아닐까.

 특허문제에서 소위 연줄을 찾아 해결한다고 하면 길게 보아 과연 경제적일까 한 번 생각해 보자.

 특허등록을 받으려면 ‘신규성, 진보성, 선원성’으로 대표되는 특허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신규성이란 발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진보성이란 종래 기술과 비교하여 일정 수준으로 발전된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이고, 선원성이란 같은 기술이면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특허를 부여한다는 요건이다. 신규성과 선원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진보성이다. 진보성에 관한 법조문은 ‘특허출원 전에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이미 알려진 발명에 의하여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일 때에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특허법 제29조 제2항 일부 편집)’이다. 여기서 ‘용이하지 않다’고 되어 있는 부분인데 어느 정도가 되어야 용이하지 않은지 얼마나 애매한가.

이를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게 되어 있다. 비록 용이하다고 하더라도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결정해 주길 원하기 때문에 연줄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물론 진보성을 판단하는 여러 가지 판단기준을 마련해 두고 많은 사례가 쌓이고 계속 객관화시키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진보성 판단기준은 비교적 국제적이고 객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특허제도 자체가 국제적으로 거의 통일된 것이기 때문에 진보성 판단이 잘못될 경우 외국의 항의를 받을 여지가 많은 탓도 있다고 본다.

 진보성이 없는 발명을 연줄을 동원하여 특허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사실상 특허를 받으면 안되는 것을 특허를 받았기 때문에, 즉 태어나서는 안되는 특허가 태어났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이 잘못 태어난 특허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상대방은 당장 특허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는지 조사할 것이고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잘못 특허를 받았다면 상대방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특허무효심판→특허법원→대법원으로 가는 특허분쟁에 돌입한다. 이런 분쟁은 특허가 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절차가 아니겠는가. 결국 권리가 무효가 된다면 심판, 소송에 따르는 자기가 부담한 비용은 말할 것도 상대방 비용까지 배상해 주어야 한다.

 이 분쟁을 치를 때의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생각해 보라. 잘못된 특허를 받기 위해 노력한 값, 태어나지 않았다면 심판·소송 등 분쟁이 생길 리 없는데 잘못 태어났기 때문에 들어간 분쟁비용, 잘못된 것이라도 특허가 있기 때문에 가졌던 기대감 상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은 경제논리에 따라 존멸하는데 당연히 죽어야 할 회사가 경제외적인 이유로 억지로 살아 있을 때 가져오는 폐해를 자주 경험한다. 살아날 가망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생명을 연장시킴으로써 가족이 겪는 고통이 정당하고 할 수 있는가. 태어나지 않아야 할 특허는 억지로 태어나지 않아야 주변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 또 죽어야 할 특허라면 빨리 소멸시키는 것이 정의다.

 연줄로 부당하게 탄생시킨 특허는 그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안겨 줄 가능성이 크다.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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