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사이버 문화

◆장병수 한국통신 팀장

 

 우리는 지금 사회의 빠른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문화 정립이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기존의 사회뿐 아니라 사이버 사회도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고 지금 우리는 두 사회가 점점 밀접하게 연결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 있다. 그러나 기존 사회에서의 방법과 제도가 사이버 사회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홈쇼핑의 대금을 지불하고 물건은 도착하지 않은 경우, 구매 후 신용카드 번호가 노출되어 알지 못하는 대금이 지불된 경우, 인터넷회사에 회원가입을 했는데 가입한 기업에서 개인정보를 타회사로 누출하여 고객이 직간접적으로 크고 작은 불이익을 당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와 다른 주장을 하는 개인이나 집단을 집중적으로 비난하여 자기의 주장이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글을 올려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일들을 지면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사이버 사회와 기존 사회에서 물품구입 후 대금을 지불하는 방법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지불되는 돈은 동일하지만 구매 후 지불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인터넷 쇼핑이나 홈쇼핑을 통해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대부분 신용카드로 대금을 지불한다. 그러나 신용카드 번호를 요청할 경우 대부분의 구매자는 한번쯤 카드번호가 노출되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신용카드로 판매한 물품의 대금을 판매자가 직접 카드회사에 청구하지 않고 가칭 신용인증회사에 청구하고 가칭 신용인증회사에서는 대금지불요청이 있을 경우 구매자에게 물건 배달 여부 및 상태를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지불을 승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실제 카드번호가 누출되어도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불편은 없겠지만 이러한 경우 가칭 신용인증회사의 불필요한 업무의 증가로 인한 비용 추가, 판매 후 대금지불까지 시간의 지연 등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새로운 사회변화에 대한 제도적 미완성의 결과일 것이다. 새로운 분야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모든 일 처리가 사이버 사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며 서로간의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IT 산업 즉, 인터넷 분야는 성장률이나 보급률 등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어 외국에서는 우리의 IT산업을 벤치마킹하지만 우리의 실상은 시설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높은 보급률이지만 이용자의 윤리측면에서는 낙후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교통문화가 다른 자동차선진 문화에 비해 많이 낙후되어 있다고 한다. 자동차가 처음 도입됐을 때 올바른 운전문화가 함께 받아들여지지 않아 지금은 자동차 운전문화에 있어서는 후진국이 되어 있다. 그러나 한번 정착된 문화를 개선하려면 처음 정착시킬 때보다도 몇 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한 예로 자동차 운전문화를 개선하기 위하여 신규 면허 취득자에게 6개월의 유예기간을 설정하여 교통법규나 도로상황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있지만 그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 숙달되면 기존 운전자와 똑같아지고 만다. 진정한 개선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 즉 영업용 자동차인 택시·트럭·버스 등 전문 운전자들과 운전기간이 오래된 운전자들이 먼저 바뀌어야만 신규 운전자들이 뒤따르게 되고 그것이 조금씩 시간을 두고 정착되어 갈 것이다.

 사이버 사회에서의 문화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문화 및 제도는 그 분야를 처음 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가고 이용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이용률이 급속도로 늘어가는데 이를 이끌어갈 규범이나 예절이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경우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이다.

 IT 분야의 급격한 변화는 기존 사회의 규범과는 다른, 사이버 사회의 특성에 맞는 나름의 규제와 예절을 필요로 한다. 또한 교육도 단순한 인터넷 이용교육에 그치지 말고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예절과 규범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고객, 이용자 모두의 입장을 고려하고 통합된 문화가 만들어지고 지켜져야 한다.

 사회는 능동적으로 변해가지만 법은 사회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할 때 급속히 변하는 IT분야의 질서 정착을 위해서 관련 분야 종사자·정부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모두가 다같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의 시설을 확대 공급하고 이용률 보급에 주력한 결과 양적인 성장은 달성하였지만 질적인 목표달성은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질적인 성장은 사이버 사회에서 필요한 규범이나 예절 교육이 필요하고 이러한 질서를 조기 확립하여야 비로소 세계적인 선진 IT산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며 이러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이용자가 서로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winbs@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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