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경영프리즘(19)제품안전경영(PSM)

 PL법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요즘 법조계에는 제조업체 사장님들이 변호사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법률적 자문을 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들 제조업체 CEO는 변호사를 붙잡고 자신의 회사가 골치아픈 PL소송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묻지만 대부분의 법률전문가는 속시원한 답변을 해주지 못한다.

 기업체가 파멸적인 금융적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는 PL소송위험을 회피하는 최선의 방안은 법률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잘못된 제품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회사의 경영시스템 자체를 혁신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로서 PL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소비자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주고 그때 그때 위기를 넘기는 것은 가장 피해야할 상황이다.

 이처럼 PL경영환경에 대응해 회사의 경영시스템을 혁신하는 과정에 있어 ‘제품안전경영(product safety management)’이란 개념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제품안전경영이란=제품안전경영은 한마디로 말해서 소비자 안전위주의 경영기법을 뜻한다. 여기서 제품안전이란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상품을 구매, 사용한 뒤 폐기할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사적인 차원의 제품안전경영체제를 시급히 갖춰야 한다. 회사조직내 제품개발에서 설계, 제조, 유통까지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 및 소비자의 안전요소를 언제나 반영하도록 경영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조직내 설계분야에서 제품안전경영을 도입하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기업체의 설계기술자들은 신제품을 처음 기획할 때 생산자, 전문가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제품 오사용의 위험가능성을 미리 배제하는 시각의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설계구조와 기술을 새로이 적용할 때 있어 제품안전요인을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문서기록을 남기고 안전요건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이는 다른 제조공정단계에도 적용돼 특정사안의 제품안전을 누가 담당하는지 책임의 주체를 좀더 명확하게 정의하도록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당연히 직원들은 추가적인 서류업무가 늘고 초기에는 생산성도 일부 감소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일단 제품안전경영이 도입단계를 넘어서면 기업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왜 제품안전경영인가=전문가들은 제품안전경영이 제조업체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경쟁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는 기업체가 제품유통의 전과정에 있어 소비자 안전에 대해 소홀했다는 증거만 입증되면 회사존립에 치명적인 손해배상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 중에서 제품불량이 원인이지만 실제로 입증되지 않아 묻히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내년부터 소비자편에서 기업체의 안전책임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PL소송전문업체(변호사, 기술자)가 생겨나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예를 들어 불이 났을 때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된다는 단골 뉴스멘트 대신 L사 냉장고의 냉각펌프 과열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식의 직설적인 보도가 흔해지고 이는 곧바로 제조업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게 된다. 이 경우 제조업체가 제품생산과정에서 안전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증거자료는 때로 회사의 생존여부를 판가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품안전경영이 단순히 PL소송에 대비한 회사내부의 백업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은 아니다. 제품안전경영이 전사적으로 확산되면 향후 제품개발과 품질관리에 추진력이 붙어 막대한 경영개선효과가 발생한다.

 우선 체계적인 제품안전을 위해 소비자의 제품사용환경이나 습관에 대한 DB정보가 풍부하게 축적되므로 차후 신제품 개발기간이 단축되고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노하우도 생기는 것이다.

 ◇국내기업 도입 증가추세=그동안 국내서 제품안전경영을 도입한 기업은 주로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주류를 이뤘으나 올들어 오토닉스, 두원공조 등 중견 부품업체로 적용대상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제품안전경영은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조립하청업체, 유통업체와 AS업체까지도 포함돼야만 한다.

 유통대리점의 경우 단기적인 영업이익을 위해 과대광고를 하거나 사용상 주의점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제품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제품안전에 전사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이는 세계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있어 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옵티마컨설팅의 염관신 사장은 조언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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