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대만 무명 PC모니터업체 급부상

　【본지특약=iBiztoday.com】세계 3대 PC 모니터 제조업체의 하나로 연간 2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 대만 업체라면 쉽게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TPV테크놀러지가 바로 그 회사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업체는 아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저가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TVP의 제이슨솬 회장은 중국 남부에 위치한 자사 공장에서 가진 회견에서 “우리 회사를 투자자에게 알리는 데 소홀했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주식을 공개한 TPV의 솬 회장은 지난 5월까지 국제로드쇼에 나간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HP와 IBM 등 유명 PC업체에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을 하고 있으며 양사의 매출비중은 70%에 이른다. TPV는 이를 통해 지난해 9%던 세계 시장점유율을 올해 11∼12%까지, 오는 2005년에는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솬 회장은 “세계 시장규모가 상위 5개 업체를 떠받칠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ING베어링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TPV는 지난해 960만대의 모니터를 판매, 한국의 삼성과 LG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4년 전인 97년에는 16위에 불과했다.

　최근 수개월간 고성능 LCD 모니터의 생산 비중을 높인 TPV는 매출과 이익 규모가 내년과 2003년에는 25%, 다음 2년간은 2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PV가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에는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어 생산비용이 구조적으로 적게 든다는 점과 중국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TPV는 중국 최대 PC업체인 레전드홀딩스에 모니터를 공급하는 주력업체 중 하나다.

　솬 회장은 TPV의 생산비가 경쟁업체인 삼성·필립스·LG에 비해 5∼8% 낮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생산비 우위는 이익률이 5% 가량인 PC업계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델컴퓨터의 중국 법인에도 모니터를 공급하는 TPV는 오는 10월에는 미국 델에도 모니터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모니터 판매량이 내년에는 100만대를 초과할 것으로 TPV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TPV 주가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밸류파트너스의 노먼 호 펀드매니저는 “TPV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며 “우리는 TPV가 세계적 기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ING베링스는 TPV의 올해 매출과 순익을 각각 14억달러와 4300만달러로, 2003년 매출과 순익을 각각 21억5000만달러와 6600만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TPV도 세계적인 PC 경기 둔화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 업체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약 25% 성장하는 데 그쳤다.

　TPV가 잘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생산 모니터의 70%가 다른 업체의 상표를 부착했기 때문이다. 솬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IBM·델·레전드의 모니터가 우리 제품인 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투자자들이 이익률이 낮은 무명업체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시점에 주식공개를 단행한 것도 회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업체가 상장할 당시는 모니터산업이 대표적인 적자산업으로 평가되던 시절이었다.

　TPV는 솬 회장도 대만 출신이고 명목상 대만업체지만 어찌 보면 국적이 없는 업체나 마찬가지다.

　TPV의 생산업무와 1만명에 달하는 직원의 대부분이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고, 연구개발업무는 대만과 중국 양쪽에서 이뤄진다. 투자업무는 홍콩 사무실에서 맡고 있으며, 마케팅업무는 실리콘밸리에서 처리된다. 이 회사 주식 역시 홍콩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돼 있다.

　<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