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강국으로 가는길>(18.끝)전문가의견

 

 ◆게임 강국 시리즈는 각계 전문가들의 깊이있는 진단과 대안을 이끌어 내기 위해 15명의 공동 집필자를 위촉했다. 또한 시리즈를 시작할 때와 마칠 때 각각 1회씩 좌담회를 개최함으로써 총 3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의 진솔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공동 집필자와 좌담회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인 입장을 비판했다. 문화관광부를 포함해 정부 부처가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며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문화·사회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규제로 목을 죄고 있다는 것.◆

정부규제에 대해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한 분야는 아케이드업계. 한국게임제작협회 김정률 회장,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회 은덕환 회장 등은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기준에 대한 전면개정을 요구했다. 영등위의 사용불가판정이 지나치게 엄격할 뿐만 아니라 게임의 종류·형태까지 시시콜콜하게 규제함으로써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게임제작협회 김정률 회장은 “게임 심의의 목적에서부터 심의기준·시행방법·절차 등이 규제일변도여서 아케이드게임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같은 심의제도를 철폐하든지, 아니면 최소한의 규제장치로서 사전심의를 유지시키고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현재 완성품으로만 심의를 받을 경우 시장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베타버전으로 심의를 받도록 하고 일정수준의 인컴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심의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PC방 분야에서의 규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최근에 정부가 PC방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업계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는 것. 한국PC문화협회 허명석 회장은 “최근들어 PC방의 경영상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청소년 보호 차원의 정책이라면 PC방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나누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각종 육성책 중에서도 인력양성에 대해 업계는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가 직접 나서 인력양성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업체에 대한 병역특례를 확대하는 등 여건마련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김양신 사장은 “게임을 개발하려면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기획자·디자이너 등도 필요한데, 현재의 병역특례는 개발자에 한정돼 있다”며 “병역특례의 대상을 기획·디자인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이맥스 전찬웅 사장은 “정부가 산학합동으로 부족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업계의 CEO들과 학계의 전문가들은 이제까지 정부의 지원책이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며 좀 더 큰 틀에서 지원책을 새로 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예를 들면 개별업체들이 할 수 없는 기술개발이나 글로벌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정부가 주도해 민간업체들이 참여토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판타그램의 이상윤 사장은 “수천만원씩 여러 업체에 나눠 주는 것 보다는 정부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시작하고 민간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업계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도 게임 강국 시리즈의 주제로 다뤄졌다. 온라인게임업체인 CCR와 PC방간에 대립하고 있는 ‘포트리스2’의 유료화 문제를 놓고 CCR의 윤석호 고문은 “포트리스2의 유료화는 인터넷 콘텐츠의 유료화와 맞물려 있는 문제로서 양보할 여지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국PC문화협회 허명석 회장은 “콘텐츠 유료화를 둘러싸고 온라인게임업체와 PC방 사이의 갈등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온라인업체와 PC방은 공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온라인게임업체들이 현재 PC방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충분히 협의하고 요금을 세분화·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안도 제시됐다. 특히 최근들어 불황에 빠진 아케이드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오프라인 중심의 아케이드게임이 인터넷 등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화가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세계시장의 변화에 대한 분석과 이에 대한 대응전략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의 구조고도화가 시급하다 △X박스를 비롯한 콘솔시장을 놓치고 있다 △포스트PC와 모바일게임 시장을 육성하자 △e스포츠는 한국이 최강이다 △온라인게임 해외시장이 승부처다 △월드베스트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이 세계 게임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좁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한 글로벌비즈니스를 벌여야 할 때”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감했다.

 판타그램 이상윤 사장은 “글로벌비즈니스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다. 만약 대 변혁의 시기인 지금 우리나라가 글로벌비즈니스를 통해 큰 성과를 남긴다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그랬듯이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 변방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문화관광부 유진룡 국장은 “지난 3월부터 연재된 ‘게임강국으로 가는 길’ 시리즈를 읽으며 게임산업 진흥의 주무부처 담당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동안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올 하반기에 가능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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