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감산 결단

 반도체업체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워낙 짙다.

 이들이 처한 근본적인 어려움은 정보기술(IT) 수요 감소로 반도체의 공급과잉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내리기 시작한 반도체 가격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낮아져 반도체업계의 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는 데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반도체 주수요처인 컴퓨터 매기가 크게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반도체는 생산할수록 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는 한 생산량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는다. 따라서 공급과잉은 해소되기 어렵다. 현재 반도체 공급은 7∼8%가 초과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시일이 지날수록 누적량이 많아질 것이다.

 또 반도체를 타분야에 이용해 수요를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근본적으로 세계경제 흐름 자체가 좋아져 IT투자나 가정에서의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반도체 공급과잉은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IT경기 침체가 지구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도 IT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가 위기 국면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리는 현재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완결되지 않았고 각 부문의 갈등으로 인해 사회 구조가 상당히 취약해져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산업 경기마저 지속적으로 뒷걸음질치면 자칫 경제 자체에 대한 심리적 패닉(공황)현상이 뒤따를 우려마저 있다.

 우리는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반도체 공급과잉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겠다. 그것은 어렵긴 하지만 우리 업계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돌파하려면 반도체 생산을 줄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물론 반도체 생산을 갑자기 줄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생산을 한번 줄이면 수율이 떨어져 다시 정상궤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또 업체들간의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반도체 생산을 줄인다는 것은 스스로 입지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반도체를 계속 생산한다 하더라도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많다. 업체마다 생산원가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 대부분이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반도체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업체가 고충이 있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뿐이다.

 이젠 반도체업체가 단안을 내려야 할 시점이 왔다. 그것은 이미 한국과 일본의 일부 반도체업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반도체 생산 감축의 의미를 깊이 새겨 보아야 한다.

 세계 3위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동안 폐쇄,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고 일본의 NEC도 미국과 영국에서, 후지쯔는 미국에서 생산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의 사정이 없진 않았겠지만 바람직한 조치였다.

 이제 아직까지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몇몇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길 때다. 자기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고 더 이상 눈치를 봐가며 시일을 끄는 것은 어쩌면 소탐대실하는 일일 가능성이 더 크다. 반도체업체의 현명한 결단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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