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낙경의 벤처만들기>(11)인큐베이터의 정체성과 역할

 ‘사업경영상담.’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사업자등록증 ‘종목’란에 기재된 내용이다.

 아직 ‘인큐베이팅’사업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업종이다. 당초 공공서비스의 일환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서비스의 결과로 수익을 내고 세금을 내야 하는 상업적인 사업종목으로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큐베이팅사업자(인큐베이터)의 정의와 역할, 고객사와 관계 등에 대해서도 많은 불신과 혼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벤처캐피털이나 경영컨설팅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의 질문을 가장 많이 받게 되는데 모두 인큐베이팅사업의 본질과 관련된 질문이라 무척 고민을 하며 답하고 있다.

 인터넷분야의 솔루션개발컨설팅업체인 A사는 지난해 한국을 대표하는 인큐베이터로 지명되기도 했지만 현재 인큐베이터라는 표현 대신 고유의 업무영역인 ‘IT컨설팅’을 사용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의 선두그룹에 있는 B사를 비롯해 상당수 창투사들이 지난해부터 인큐베이팅서비스를 투자기업에 대한 차별화전략으로 내놓기도 했지만 대부분 철수했다.

 펀딩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C사도 당초 인큐베이팅사업을 표방했지만 요즘은 회사소개서 어디에도 인큐베이팅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 회계사·변호사·펀드매니저 등 전문가그룹에서부터 빌딩 소유주에 이르기까지 한때 ‘인큐베이터’라는 명함으로 활동하다가 자취를 감춘 사례는 셀 수 없을 것이다.

 인큐베이팅사업이 공공사업 성격의 창업보육센터와 구분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단지 물리적 시설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기업을 ‘벤처기업’으로 키워야 하는 임무를 가진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첫번째 성공요소가 최단기간에 기업의 성장잠재력(growth potential)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면 인큐베이터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경영자원을 입체적·전문적·체계적으로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인큐베이팅사업은 서비스의 대가로 주식을 받기 때문에 주요 수익의 원천이 주식매각에서 발생하는 차익이라는 점에서 벤처캐피털과 유사하다. 하지만 벤처캐피털보다는 훨씬 앞서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리스크가 매우 높고 금전투자가 아닌 유형의 사업환경과 무형의 지식이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일반적으로 컨설팅사업은 전문적 경영지원후 일정 수수료를 받고 의사결정 및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만, 인큐베이터는 고객의 주식이 주 수입원이므로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함께 뛰어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인큐베이팅과 관련해 한가지 뜻깊은 일은 정보통신부와 공공·민간 부문 인큐베이터들이 뜻을 모아 ‘한국 IT벤처 인큐베이터협회(KITIA)’를 결성한 것이다. 미국만 해도 지난 80년에 12개 업체가 인큐베이터협회(NBIA)를 구성, 미국 IT산업발전에 일정 정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900여개 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NBIA는 정기세미나를 통해 자국의 IT산업발전을 위한 연구노력에 경주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에 출범한 KITIA가 지속적인 정보교류와 노하우 축적을 통해 한국 IT산업의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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