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에서 배운다>(20)후지제록스-친환경 경영

 1996년 일본 국내에서 실시된 기업호감도 조사에서 후지제록스는 당당히 8위를 기록했다.

 일본,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세계적인 복사기업체고 지난해에는 매출 9056억엔, 순이익 348억엔을 기록할 정도로 방대한 사업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일본에서 사업규모만을 따져봤을 때 후지제록스는 겨우 100위권 안에 드는 정도다.

 기업의 사업 규모가 주는 후광 효과를 무시한다 하더라도 8위라는 호감도 결과는 놀라운 것이다.

 남보다 이른 1988년부터 사내벤처를 운영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독창적인 기업 문화를 발전시킨 점, 고객제일주의 등이 이같은 결과를 끌어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후지제록스에 대한 높은 호감도는 무엇보다 환경과 자원을 재활용하는 친환경적인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일반인들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깊이 심어주었다.

 복사기의 경우 컴퓨터 등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교체주기가 긴 편이지만 드럼이나 토너 등 폐기물에 대한 처리는 환경오염 문제와 결부돼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후지제록스는 복사기로 인한 환경오염이 제조업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일찍부터 가졌다. 이 회사는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을 경영의 주요과제로 삼고 모든 기업활동에 있어서 항상 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공해방지 등 초기의 단계를 거쳐 현재 환경배려 상품의 개발과 상품 리사이클, 폐기물 제로, 에너지소비 절약 활동 등 폭넓은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1993년 전제품에 대해 프레온 가스 사용을 중단했으며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전일본 산업계 최우수 모범 사례로 일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1995년부터는 재사용(reuse) 부품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신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재사용 부품을 제조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데도 불구하고 후지제록스는 재사용 부품을 사용한 제품 생산을 확대해 가고 있다. 뿐만 아 니라 고객들에게도 재사용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1995년 12월 자원순환형 시스템을 가동해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재사용 부품 상품을 시장에 내놓은 이후 현재 일부 복사기, 복합기, 프린터 등에 재사용 부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상품의 생산대수도 총 15만대를 돌파했다.

 1996년에는 아예 전사 방침을 ‘폐기물 제로를 향하여 자원의 재활용을 추진한다’로 정하고 1997년 10월에 에비나(海老名) 공장내에 리사이클 라인을 신설했다.

 그리고 부품의 재사용을 전제로 순환부하가 적은 상품제작을 위해 ‘인버스 매뉴팩토링(역제조)’ 중 신상품의 기획단계에서 차세대 후속기라도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프사이클을 기획하고 3세대간의 활용을 추구하고 있다. 이미 재사용 부품의 75%는 차세대 후속기에 사용하고 있다. 동시에 재사용 부품을 확대하기 위해 재사용/리사이클 설계를 도입, 재사용 가능한 부품의 종류와 양 모두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00년 1년 동안은 재사용 부품을 적용한 상품을 약 3만대 생산했다. 이같은 재사용 부품 사용으로 후지제록스는 약 1700톤의 신규부품 투입을 줄일 수 있었으며 부품제조 단계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3000톤-c 가량 감소시킬 수 있었다.  

 또 재사용할 수 없는 부품은 분리해서 재자원화하고 있다. 폐기제로 시스템을 통해 회수한 상품을 분해한 후 품질보증한 부품은 생산 라인에 투입하여 재사용하고 그 이외의 부품이나 포장재는 최대 44품목으로 분류하여 철저하게 재료분해/소재분해하여 재자원화하고 있는 것이다. 후지제록스는 이 활동으로 올해 3월 재단법인 클린재팬센터가 주최하는 자원순환형기술 시스템 표상에서 경제산업대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후지제록스는 영국 랭크제록스사와 일본 후지필름사의 50대 50 자본 합작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개발, 생산 및 마케팅 거점으로 설립된 회사다. 지난 1996년 미국 제록스사에서 영국 현지 합작파트너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미국 제록스사가 후지제록스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초 미국 제록스사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일본 후지제록스 지분 50% 중 절반인 25%를 일본측 합작 파트너인 후지필름에 매각했으며 이로써 일본 후지제록스의 지분 구성은 후지 75%, 제록스 25%로 변경됐다.

 상호:후지제록스

 설립:1962년

 대표:회장 고바야시 요타로(小林陽太朗)

 자본금:200억엔

 종업원수:3만3000명

 주요사업:복사기, 프린터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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