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카드분야 마쓰시타, 소니 경쟁 치열

사진; 소니 메모리스틱 위크맨(사진 오른쪽), 마쓰시타 SD메모리카드와 IC리코더

 메모리카드 시장에서 마쓰시타전기산업이 소니에 도전장을 던졌다. 아직까지는 소니가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회사간 대결을 두고 “오래 전 VCR부문에서 베타방식과 VHS방식을 두고 벌였던 승부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유력 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9일자에서 “단독진영의 소니와 연합진영의 마쓰시타라는 구도가 VCR때와 똑같다”며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숨막히는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메모리카드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음악데이터 등을 저장할 수 있어 저작권 보호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저장매체. 업계표준을 둘러싸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소니의 뒤를 마쓰시타전기산업이 추격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새로운 메모리카드인 소니의 메모리스틱과 마쓰시타·도시바·샌디스크 3사가 공동 개발한 SD메모리카드는 일본 전체 메모리카드 시장에서 각각 3위와 5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잠재 가능성이 커 업계는 두 제품간의 경쟁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카드는 아직까지 주로 디지털 카메라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경우 저작권보호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마트 미디어 등 가격이 절반 정도인 기존 메모리카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 부문에서는 소니가 아직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소니의 야나가 유지 메모리카드 사업부장은 “어느 쪽이 이길까 하는 문제는 이미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지난 5월 말 메모리스틱은 22%의 시장점유율을 보인 반면 SD메모리의 시장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쓰시타가 승부수를 띄웠다. 자사제품 채택이 대부분인 소니와 대조적으로 마쓰시타는 연합을 확장해 소니에 대항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마쓰시타 진영에 참여하는 기업은 당초 71개였으나 지난 1년 4개월 동안 265개로 늘었다.

 메모리카드 채택에서는 또 가격을 중요 요소로 들고 있다.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후지필름의 상품기획 관계자는 “기록 매체를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며 그 다음으로는 입수하기가 얼마나 쉬운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는 메모리스틱이 10∼20% 저렴하다. 그러나 지난 6월초 마쓰시타가 SD메모리의 도매가격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면서 사정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매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용량으로 비교할 경우 SD메모리가 더 저렴한 가게도 등장하고 있다. 소니는 마쓰시타에 맞서 가격인하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마쓰시타는 앞으로도 계속 가격을 내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표준 쟁탈전에서 가격인하 전략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 코닥이 차기 모델에 최근 SD메모리를 채택하기로 하는 등 조만간 여러 회사가 SD메모리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카드 분야에서 ‘소니와 마쓰시타간 경쟁’은 예전 비디오 분야에서 벌였던 베타방식과 VHS방식의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두 회사의 경쟁과 상관없이 제품 성능상 차이가 없다면 하락하는 메모리카드의 가격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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