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한 변신

‘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한 변신이 시작됐다.’

 요즘 프로게이머를 쫓아다니는 팬들은 신바람이 났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이머의 경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화려한 복장에 머리를 노랗고 빨갛게 물들인 여성 게이머가 등장하는가 하면 심지어 머리를 삭발한 ‘조폭’형 남자 선수까지 자기만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한 게이머들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게임 못지 않기 때문이다.

 ‘불꽃 소년’으로 통하는 더미디어 두밥 곽래혁은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얌전하기 그지없던 충청도 샌님으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해 게임리그에 데뷔한 그는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말수가 적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경기 초반 심리전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곽래혁은 최근 노란색으로 머리 전체를 염색하고 ‘반항아’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심리적 효과인지 몰라도 머리를 염색하기 전에 부진했던 곽래혁은 최근 과거의 힘을 되찾고 있다.

 KTF 매직엔스의 신예 이봉열은 강렬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

 특히 팀의 간판인 이지훈 선수가 초반 부진으로 팀이 하위권으로 처질 무렵, 이봉열은 흡사 ‘조직’을 연상시킬 것같은 무서운 기세로 팀을 선두로 도약시켰다.

 곽래혁, 이봉열의 변신이 성공을 거두자 삼성전자 칸의 박윤서 등 다른 피파 2001 선수들도 각자의 머리색깔을 부각시키는 등 자신만의 스타일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성연출에 적극적인 쪽은 여성 프로게이머들이다.

 한게임 골드윙스의 강민경은 대회 출연 때마다 머리색을 바꾸는 화려한 변신을 선보이고 있으며 KTF 매직엔스의 이은경은 팬들이 선물해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특히 더미디어 두밥의 미녀 여성트리오인 김경진, 최지예, 김사비나 등은 최첨단 머리 스타일과 복장으로 게임계의 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선두주자다. 이를 위해 더미디어 두밥팀은 선수들의 스타만들기를 위해 한달에 한번씩 별도의 비용을 지급하고 있을 정도다.

 또 프로게이머들의 개성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은 배틀넷에서 사용하는 각 선수들의 아이디(ID)다.

 프로게임계의 가수 자두로 통하는 KTB 퓨처스 서순애는 ‘비비자(BiBiZa)’라는 엽기성 강한 아이디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으며 같은 팀의 박윤정은 파괴적 테란을 상징하는 ‘바사라(BaSaRa)’를, 삼성전자 칸의 신예 김승엽은 자신의 우락부락한 외모에 걸맞게 ‘일심(ilsim)’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며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프로게이머들은 ‘스타기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거의 매일밤을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보내는 프로게이머들은 부시시한 머리와 낡은 청바지를 입고 게임장에 들어서곤 한다. 또 복잡한 스타크의 전략에는 해박하나 팬들 앞에 서면 그들을 사로잡을 말 한마디 못한 채 물러설기 일쑤다.

 그러나 이제 n세대들의 우상인 프로게이머들이 ‘무한 개성시대’를 선언하고 나선 만큼 그들의 변신은 무서운 속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배틀탑의 이강민 사장은 “게임리그는 n세대 네티즌이 주요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들도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