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 미 한인벤처 국내법인 영업전사 2인

 요즘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해외진출이다. IMF 이후 경기부진이 지속된 이후부터는 더욱 그렇다. 시장의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목적이다. 물론 그 기저에는 협소한 국내시장 대신 드넓은 무대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당당하게 겨뤄보겠다는 포부 또한 깔려있다. 하지만 마음만큼 성공률은 높지 않다. 기술과 인력, 마케팅 및 경영 등 모든 여건이 국내시장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스알케이의 이민호 부사장(40)과 아프로시스템스의 이강수 실장(34)은 조명을 받을 만하다. 두 사람은 해외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후 나란히 국내시장에 진입한 실리콘랙스와 아프로인터내셔널의 한국내 영업 책임자로 현재 두해째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프로인터내셔널은 지난 91년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서버 전문업체로 미국 1400여개 기업에 인터넷서버·컴퓨터통신통합(CTI)서버·네트워크서버 등을 공급, 지난해에는 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안정기 제조업체인 두영전자를 47억원에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부품개발 및 유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리콘랙스 역시 지난 92년 실리콘밸리 인근 서니베일에서 설립된 랙마운트 및 부품유통업체로 지난해에는 8000만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은 상이하다. 이 실장이 국내 서버시장의 특성을 ‘유행’이 강한 시장이라고 규정한 반면 이 부사장은 ‘브랜드’ 선호도가 유난히 강한 시장으로 표현했다. 미국통인 이 실장은 국내 고객, 특히 의사결정권자들이 마치 옷이나 구두 등을 구매하듯 시스템도 최신 기종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시장의 특성을 꿰뚫고 있다는 이 부사장은 오히려 실무자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부사장은 “국내 기업들은 가격대비 성능을 비교할 경우 벤처기업의 제품이 오히려 월등한데도 대부분의 실무자들은 유지보수 및 서비스 등의 이유를 들어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문제발생시 책임 추궁을 두려워해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벤처기업을 선택한 두 사람의 동기는 뜻밖에도 우연이다. 이 실장은 현대자동차를 거쳐 미국에서 기업하다 국내에 들어와 결혼정보회사 ‘듀오’를 설립, 운영해오다 선배인 아프로인터내셔널 김근범 사장의 권유로 한국지사에 눌러앉게 됐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서 근무하다 김선관 사장을 만나 국내 법인 설립에 참여하게 됐다.

 해외에서 성공한 한인기업으로 나란히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그들에겐 남다른 애환이 있다. 이 실장은 “내부적으로는 기업문화가 달라 사람관리가 어렵고 외부적으로는 인맥으로 딜이 결정될 때 가장 허탈했다”고 토로한 반면 이 부사장은 “브랜드의 열세를 딛고 해커스랩에 20억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킬 때가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한국이 세계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리콘랙스의 경우 미국에서 성장한 것을 기반으로 한국을 각종 부품과 완제품의 공급기지화하면 세계시장 공략이 한결 수월하리라는 생각이다. 아프로인터내셔널 역시 완제품 생산과 부품 공급의 최적지로 한국을 꼽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에 세계 처음으로 내놓은 AMD 프로세서 기반 랙마운트 서버의 경우도 이같은 전략을 뒷받침한다.

 이 부사장은 “한국에서는 자립할 정도만 회사 규모를 갖춰가고 각종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앞세워 역으로 미국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 역시 “아프로인터내셔널 미 본사는 OEM방식과 유통에 치중하고, 아프로시스템스는 생산 기지화하는 이원화 전략을 펴고 있다”며 “두영전자를 인수한 것도 안정기의 국내 수급은 물론 향후 북미시장 개척의 활성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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