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프로그램공급업자(PP) 사업을 준비해온 많은 신규업체들은 올해 말 실시 예정인 위성방송에 장밋빛 희망을 걸었다.
한국디지털 위성방송측이 기회 있을 때마다 채널수를 올해 70여개로 시작해 150여개 채널까지 늘려 나가겠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의 PP 선정결과가 발표되자 수많은 중소 PP들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총 106개 사업자 227개 채널이 경합을 벌인 채널사업자 선정 결과 지상파·복수PP(MPP)가 주요 채널을 독식했을 뿐 아니라 영화·음악·오락 등 상업성이 짙은 장르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다양한 틈새 채널 제공’이라는 위성방송 출범 취지만을 믿고 의욕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던 정보 장르의 채널들은 38개 신청 사업자중 3개만이 선정됐다.
이같은 채널 편성 결과에 대해 위성방송측은 “유료 상업방송으로서 사업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으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없지 않다.
우선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상파·MPP가 대거 선정됨으로써 신규 PP 및 독립제작사 육성이라는 위성방송측의 당초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다. 향후 지상파가 방송 시장에서 보다 독점적인 영향력을 얻게 될 것임은 물론이다.
다채널 서비스의 특성상 다양한 장르의 틈새 채널들을 편성함으로써 가입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또다른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방송계는 영화·음악 채널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한 관계자는 “영화·음악채널을 각각 10개와 5개씩을 선정한 위성방송측의 채널운영 계획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다. 방송계의 얘기를 종합하면 두 장르의 시청률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관련 채널을 그토록 남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물론 정보 및 취미·생활 장르 등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탈락한 PP들 역시 자성할 점도 있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특이한’ 장르를 선택했다는 것만 믿고 콘텐츠 수급계획을 부실하게 준비한 사례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블TV와의 차별화 전략 등에 대해 위성방송측이 너무 무신경했다는 점과 대국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점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위성방송측이 이번 채널선정과 관련한 후유증을 빨리 떨쳐버리고 사업을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방송계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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