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닷컴이 몰락한 실리콘밸리에는 최근 하이테크 기술자 출신 노숙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환경화학 학위를 가진 실리콘밸리 토박이 마이크 슈렌츠(35)는 이런 노숙자 중 한사람이다. 그는 소기업들을 상대로 유닉스 설치와 라우터 조정, 데스크톱 기술지원을 해주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연간 6만달러를 벌었었다. 그러다가 하이테크 경기침체로 일거리가 사라지자 지금의 노숙자 쉼터에 들어가기 전 석달 동안 자신의 혼다 시빅 승용차에서 잠을 잤었다.
존 새크로산트(39)도 연봉 10만달러 이상을 벌던 프리랜스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다. 그도 지난주 자신의 생일을 현재 머물고 있는 교회 운영 노숙자 보호소에서 주변의 ‘형제들’과 같이 지냈다.
두사람은 실리콘밸리 닷컴 몰락의 대표적인 희생자들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놀랄 만큼 많은 수의 전직 하이테크 근로자들이 노숙자 숙소에서 정신 이상자나 약물 중독자 등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과 같이 지내고 있다.
새너제이에서 ‘몽고메리 거리의 집’ 등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인비전의 로비 라인하트 소장은 노숙자 보호소에 머무는 100명의 남자 중 30명 정도가 실직 기술 근로자들로 이들 대부분이 대학 졸업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 통계에 따르면 닷컴 몰락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실업자가 1만8000명이 늘어나, 실업률이 1년 전 2.6%에서 최근 4.2%까지 치솟았다. 실리콘밸리 심장부인 샌타클래라 카운티도 전자장비 생산과 기업 서비스 부문 해고자수가 5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5월중 실업률이 3.2%로 높아졌다.
라인하트 소장은 자신이 본 기술 근로자 대부분은 고용계약이 취소되거나 신생업체와 소규모 기술업체에서 해고된 사람들로 그 중에는 직장은 있으나 혼자 실리콘밸리에서 독립하기에는 높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보호소에 들어온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샌타클래라 소재 카운티의 자살방지 긴급상담 핫라인 운영자들은 직장관련 전화가 지난해 10월 이후 4월까지 거의 두배 가까이 폭증했다며 이들 핫라인 이용자의 대다수가 실직이나 실직의 공포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일하는 가족을 위한 센터’의 일레네 필립슨 임상심리학자는 이에 대해 “감원과 경제침체는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경우가 다른 점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직장과 업무의 종속물이 됐다는 점”이라며 “그들은 주당 110시간까지 일하고 회사 회의실 바닥에서 잠을 잘 정도로 열심히 일하면서 직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감원된 뒤에는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슈렌츠는 “그동안 전 직장의 주식 절반을 생계를 위해 팔았지만 가스 값도 낼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현금이 바닥나자 아파트도 포기하고 한 서점 뒤에 차를 세워놓고 차안에서 지냈다. 그리고 유효기간이 5월까지였던 스포츠센터 회원권으로 목욕문제까지 해결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몽고메리 거리의 집’에 들어가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그곳에 들어갔다. 그는 현재 자원해서 보호소 컴퓨터실 관리를 맡아 주민들에게 컴퓨터 이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몽고메리 보호소는 모든 거주자를 똑같이 취급해 한달 동안은 무료이고 그 다음부터는 직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45달러의 비용을 받는다.
새크로산트도 샌타클래라에 있는 두개의 기술훈련업체 중 한곳에 취직될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3주 전에 새너제이로 왔다가 약속이 공수표가 되자 노숙자 보호소로 들어왔다.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노숙자가 다른 곳의 노숙자와 한가지 다른 점은 이들의 벤처 열망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점이다. 몽고메리 보호소에서 만난 새크로산트 등 3명의 하이테크 기술진들은 곧 착용할 수 있는(웨어러블) 무선 컴퓨팅 시스템을 판매하는 벤처회사를 세울 예정이다. 그는 이 벤처를 위한 자금도 일부 확보했다.
슈렌츠도 재취업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력에 맞지 않지만 오라클(Oracle.com)의 하위 기술직에 입사 신청서를 냈다. 그는 “이제 일류기업이 나를 채용한다면 전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지면서 “노숙자 생활을 경험한 뒤 다른 사람보다 더 의지가 강해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