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유병문전무(CGISS 본부장)
요즘 신문 지상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가 주파수공용통신(TRS)이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선 개념이지만 근래는 TRS 서비스가 TV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대중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TRS를 가리켜 흔히 말하는 개인휴대통신(PCS)과 대별되는 개념으로 기업통신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TRS의 기본 개념은 800㎒대역과 380㎒대역 주파수를 사용해 여러 명이(수명에서 수천명까지) 동시에 통화하고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 통화 및 일대일 통화가 가능토록 융통성을 보장하는 무선통신 네트워크다.
이동전화와 달리 사용 여건에 맞게 제작·설계·구성·운영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즉 사용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가감할 수 있고 시스템 크기도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인원수의 사람이 통화를 하더라도 서울 전역에 흩어져 근무하는 경찰과 한 공단 내 위치하는 조선소 직원이 같은 통신시스템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어느 조직이든 자기 조직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통신망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다.
TRS는 통신망을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크게 공중망 통신과 자가망 통신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공중망 통신은 정부 허가를 받은 통신사업자가 망을 관리하고 가입자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자가망 통신은 보통 300명 이상 대규모 인원이 밀집한 작업환경이나 방대한 조직에서 자체적으로 망을 구성해 조직원간 통신수단으로 사용한다.
특히 자가망 통신은 기업이나 경찰서·소방서 등 공공기관이 유기적인 통신을 통해 생산성·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성·보안성을 확보하면서 각종 정보를 관리·제어·소통하는 수단으로 점차 부각되고 있다. 가령 석유화학공장·유전개발·발전소·철강·자동차 제조회사 등 대규모 산업 현장에서 TRS 도입을 통해 사이클타임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수송산업에도 TRS가 널리 쓰인다. 항공·항만 관련 업체뿐 아니라 각종 운송회사·택시·택배회사에서 TRS 도입시 공차운행의 획기적인 감소로 각종 에너지 소비를 극소화해 물류비 절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밖에도 올림픽·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관련 행사 등 수많은 적용 사례를 들 수 있다.
폭넓은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서는 TRS가 널리 쓰이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점점 대중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속도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TRS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우선 TRS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닌 기업의 생산을 위한 재투자로 해석돼야 한다. 따라서 각종 허가료·사용료 등 관련 제비용을 과감히 철폐하거나 최대한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복잡한 절차 못지않은 비용 때문에 많은 기업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중소 자가망의 경우 운영·유지·보수를 전담하는 중소업체의 양성화가 시급하다. 기업이 TRS를 도입한 후 이를 운영할 인력을 따로 고용해야 한다면 업무 효율의 극대화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다. 이제는 사용자와 운영자의 분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인력을 보유한 TRS 망관리업체가 생겨나 늘어나는 자가망 TRS 수요에 부합해야 한다.
TRS 시스템 및 단말기 개발업체도 갈 길이 멀다. 관련 제조·공급업체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로 좀더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다양한 부가기능을 갖춘 단말기가 속속 나와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의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간단한 음성통화에서 데이터·영상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구현하는 체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도 진정 어떤 통신수단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정책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r11896@korea.m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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