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킹장비 시장 쟁탈전>(하)

 【본지특약=iBiztoday.com】 주니퍼네트웍스(juniper.net)의 매출 성장세는 눈부실 정도다.

 지난 96년 설립된 주니퍼의 매출은 98년 380만달러에서 지난해 6억7300만달러로 급증했다. 주니퍼는 지난해에 1억4790만달러의 이익을 냈으며 지난해 10월 현재 시가 총액이 74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마디로 출범 초기 전화망에서 데이터 전송량이 음성 전송량을 웃돌고 이에 맞는 네트워크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주니퍼가 출발부터 확실한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제록스 팔로알토연구소(PARC) 기술진 출신으로 주니퍼네트웍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프라딥 신두 주니퍼는 이에 대해 “지금은 다 아는 진부한 이야기지만 초창기에는 ‘야,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주니퍼는 시스코시스템스(cisco.com)와 달리 그야말로 무에서부터 시작했다. 주니퍼에는 벤처투자사인 클라이너퍼킨스카우필드&베어스가 처음으로 투자하고 에릭슨(Ericsson.com)과 스리콤(3com.com), 루슨트테크놀로지스(lucent.com), 노텔네트웍스(Nortel.com) 등 시스코 경쟁업체들이 추가 투자했다. AT&T(att.com), UU넷, 케이블&와이어리스 등의 서비스업체도 주니퍼에 투자를 했다.

 주니퍼 설립 첫해 취임한 최고경영자인 스콧 크리엔스는 “주니퍼는 처음부터 한때 반짝하는 기업이나 한계 기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분명했다”고 말했다.

 주니퍼는 시스코 출신 등 네트워크 업체와 서비스업체 두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엔지니어들을 충원시켰다. 이 신생업체는 2년이 안돼 어떤 경쟁사 제품보다 용량이 더 크면서도 단순해진 라우터 제품을 출시했다. 주니퍼는 시스코가 올 초에야 겨우 내놓은 차세대 초고속 백본 라우터로 테라비트급 트래픽 처리용량을 가진 제품을 시장에 처음 출시했다.

 시장조사회사 델오르그룹은 “주니퍼는 이 고성능 라우터로 경쟁자를 물리치고 앞서 갈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주니퍼 주가는 시스코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주니퍼 주가는 현재 55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선에서 거래, 지난해 말보다 거의 60%가 하락했고 시스코 주가는 20달러 선으로 40%가 떨어졌다.

 양사간 주가 추이는 비슷해도 분석가들은 앞으로 주니퍼 주가 상승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주니퍼 주가를 추적 조사하는 분석가의 82%가 주니퍼 주식에 ‘매수’ 평가를 내린 반면 시스코 주식 분석가는 71%만이 시스코주에 ‘매수’ 평가를 내렸다.

 델오르그룹은 이에 대해 “주니퍼의 고성능 라우터 시장 점유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37%로 급상승해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반면 시스코 주가는 90년대 후반 주가 수준의 80% 이상 선에서 현재의 59% 선으로 떨어졌다”고 해석했다.

 주니퍼 중역들은 “노텔네트웍스(Nortel.com) 마저 고객의 요청으로 자사 제품을 마케팅하는 대신 주니퍼 제품을 쓴다”며 “통신서비스 업체가 고객에게 데이터 트래픽을 전달할 때 들어가는 주니퍼의 신형 라우터는 빠르게 도약해 발매 뒤 두달 만에 시장의 9%를 차지했다”고 자신했다.

 주니퍼는 조만간 무선 데이터 전송기술 분야에서 에릭슨과도 제휴관계를 맺을 예정이다.

 네트워킹 거인 시스코는 최근 수주동안 통신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한 몇 건의 라우터 판매 계약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이제 모든 라우터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게 분석가들의 시각이다. 기업용 초고속 인터넷 접속업체인 샌프란시스코 이피스의 캄란 시스태니자드 기술진은 “핵심 백본 라우터는 주니퍼 제품 라인이 ‘현존 최고’”라고 꼽았다. 두 기업 제품 모두를 구매하는 창업 4년의 기업 상대 전화 회사인 글로벌크로싱의 조너선 플론카 인터넷 프로토콜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도 “시스코가 주니퍼보다 더 큰 기업”이라면서도 “과거 시스코는 자신들의 우월성을 당연시했으나 이제 상황이 변했다”고 해석했다.

 시스코는 주니퍼의 부상을 경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오랫 동안 받아왔다. 시스코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올해에는 마침내 신생 라이벌 주니퍼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하면서도 아직은 세계 네트워킹 장비시장의 ‘2선 기업’이라는 사실을 애써 강조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는 이에 대해 “기업이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면 그들이 다소 공격적인 마케팅 주장을 해도 사랑스럽게 등을 두드려준다”고 빗댔다. 시스코와 주니퍼의 시장쟁탈전이 인터넷의 향방을 걸고 이제 막 본격적인 2라운드에 접어드는 순간이다.

 <테리리기자 terry@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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