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국내에서도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가 본격 개시됐다.
통신업체들은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월 1000∼2000원 가량의 이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서비스가 유료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는 전화를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의 정보를 동등하게 공유해 거는 쪽이 상대를 선택하듯 받는 쪽도 똑같은 ‘선택의 권리’와 ‘알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는 이용료를 내는 사람에게만 정보공유의 권리를 팔고 있다. 그 ‘정보’란 것이 통신사업자가 개발한 아주 좋은 아이템이 아닌데도, 바로 ‘내 개인정보’를 돈내는 사람에게만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는 그것이 무료일 땐 ‘정보공유를 통한 송수신자의 동등한 권리 보장’이 되겠지만, 그것이 유료가 됐을 땐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들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도록 허락한 적이 없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들은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의 기본취지와 의미를 이해하고 무료·기본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을 유료로 하는 행위는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이기 때문이다.
만약 통신사업자들이 정보공유의 기본취지를 망각한 채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를 유료로 한다면, 모든 이용자들의 기본값을 비공개로 설정해 놓고 신청하는 자에 한해서만 공개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통신사업자들은 쉬쉬하고 있지만 고객 자신의 번호가 기본으로 비공개가 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고객센터로 전화해 자신의 전화번호가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에서 비공개가 되도록 해달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비공개로 해 놓으면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가 진정한 ‘정보공유’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료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줘야 한다.
한편 그동안 우리나라가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를 시행하지 못했던 것은 ‘사생활 보호법’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통화하는 두 대화자간의 공평한 정보공유라는 점에서 발신자번호표시가 가능하도록 법이 변경됐다.
즉 지금 시행하는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는 어떤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아니며, 원래는 기본적으로 이뤄졌어야 할 서비스인 것이다.
원래 기본적인 시스템에 해당되므로 이 서비스를 위해 특별히 원가가 상승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들은 한달에 2000원 정도의 금액을 서비스료로 챙기려 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의 기본 취지를 깨닫고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를 무료화할 것을 거듭 요구한다.
<최율곤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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