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국민혈세 500만달러를 들여 설립한 한미과학기술협력센터(KUSCO)가 출범 5년여만에 제기능을 할 모양이다. 과학기술부가 문민정부시절 대책없이 설립해 놓은 이 센터에 대한 발전방안을 마련, 민간차원의 한미협력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워싱턴시 외곽에 3층 규모로된 초라한 한미과학기술협력센터는 그동안 과학기술협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몇 년째 주인없이 우스운 꼴로 방치되어 왔다. 고작해 온 것이 미국의 몇몇 벤처기업을 상대로 하는 건물임대사업. 그나마 연간 60만달러에 달하던 임대료수입도 최근에는 줄고 있어 실질적으로 과학기술자포럼이나 워크숍의 경비를 지원하는 것도 버거운 실정이다. 특히 이곳에 해외벤처지원센터를 설치하려던 중기청 조차 내부 사정으로 입주를 포기한 상태여서 그 운영이 더 부실해지고 있고 이 센터에 사무소를 둔 한국과학재단도 주재원을 귀국시킨 후 후임자를 내보내지 않아 그야말로 운영주체가 있으나마나 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5월 워싱턴을 취재차 방문하면서 이 센터의 운영실태를 꼬집은 적이 있다. 보도가 나간 후 과기부 관계자는 즉시 현황파악을 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로부터 만 1년여만에 이제야 이 센터의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기부는 이 센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선 이사진을 대폭 보강, 모금활동 등을 강화해 운영기금을 확보하고 또 현지 사무국장 등 전담요원을 확보해 실질적인 한미과기협력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과기부는 미국과의 거리가 멀어서인지 몰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발전방안 마련에 무려 1년여가 걸린 셈이다. 이런 과기부의 늑장행정을 보고 있는 국민들은 여전히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놀랄 일은 이 센터가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돼 500만달러의 국민혈세가 투입되고서도 미국 국내법에 따라 우리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적극 지원할 수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어 과기부 입장에서는 법인성격을 바꾸거나 미국내 다른 기관으로 양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지만 이 경우에는 또 출연한 국민혈세 500만달러를 공중에 날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돼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과기부 관계자는 “문민정부 당시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이유로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듣지도 않은 채 외압에 의해 일방적으로 설립된 이 센터가 한마디로 ‘계륵’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센터를 출연연 해외사무소나 프론티어사업 등 대형국가연구사업의 해외연구실로 활용토록 하는 것이 그나마 센터운영을 정상화하고 그 기능을 제자리에 올려 놓을 수 있다는 과학기술계 주장에 과기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과학기술부·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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