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서삼영 한국전산원장

 “외출했다가 근무하던 자리로 다시 돌아온 기분입니다. 국가정보화에 대한 소신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정보화 터전을 닦는 데 최선의 노력을 쏟을 생각입니다.”

 지난 87년 1월 한국전산원(http://www.nca.or.kr)이 출범했고, 서삼영 원장이 한국전산원의 일원이 된 것이 같은 해 12월이었으니 창립 멤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 원장은 한국전산원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이후에 잠시 교육부 정보관리국장으로 발령을 받아 떠난 것을 빼고는 98년 초 전산원 부원장직에 앉기까지 줄곧 정보화 현장을 지킨 사람이다.

 “교육부라서 전혀 다른 일을 했을 것 같지만 역시 정보화였습니다. 전산원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국가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일이었습니다. 정보화라는 원칙에 입각해 교육의 틀도, 행정의 틀도 다시 고민하기 시작한 시기였던 만큼 더 치열하게 정보화를 고민했습니다.”

 서 원장은 한국전산원 설립 후 최대의 국책 프로젝트였던 국가초고속정보망사업의 중심에 서 있었다. 94년 계획 수립에서부터 96년에는 전산원 초고속사업단장을 맡아 지난해 1단계 구축사업이 마무리되기까지 온 정열을 바쳤던 장본인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정보화가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성과적으로 진행됐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정부 차원의 일관된 노력도 있었지만 전국민의 정보화열기와 관심도 큰 동력이 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앞으로 국가초고속망 2단계 사업을 비롯해 그 인프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 등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전산원은 올해 주요 사업 방향을 세 갈래로 나눠 중점 추진할 방침이다.

 3대 과제에는 △대통령 직속 전자정부특별위원회에서 만든 전자정부 수립 계획을 철저히 수행 △2단계 국가초고속 기반망 구축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 수립 및 시행 △국가정보화시스템 및 노하우의 해외 수출 추진 등이 포함돼 있다.

 서 원장은 이 같은 계획을 차질없이 성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준비와 관리가 핵심적인 과제라고 굳게 믿고 있다.

 “모든 사업의 귀착점은 결국 사람입니다. 그동안 전산원에서 좋은 인력이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물론 구조조정 차원의 순기능도 있었지만 제 기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점도 컸습니다. 수행해야 할 과제별로 전문인력 충원을 계속 추진하고 아울러 현재의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도 사업만큼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한국전산원은 현재 4단 1부의 조직체계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 정보화기획단과 국가정보화(단)센터를 비롯해 정보화지원단·지식정보기술단이 있으며 1개 부는 총무부다.

 정보화기획단은 정보화 정책 및 평가연구를 전담하고 국가정보화센터는 정보통신 인프라와 인터넷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또 정보화지원단은 공공부문 정보화 지원에 주력하고 지식정보기술단은 감리와 표준체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전산원 산하에 정보문화센터를 둬 범국가 차원의 정보격차 해소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재의 업무를 비롯해 지식자원관리법에 따른 지식자원 개발·관리업무나 공공 및 정부기관 정보화 애플리케이션의 수출사업, 조달을 비롯한 국가 재정정보화 사업 등을 앞으로 추가 수행하는 쪽으로 관계 기관들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서 원장의 일 욕심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서 원장은 공공기관망과 민간기관망이 맞닿는 정보화 접점이 앞으로 더욱 많이 생겨날 것에 대비, 한국전산원이 국가공인 인증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도 열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보화는 대세지만 그 기반 위에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정보화는 무용지물에 가깝습니다. 업무흐름이나 민원흐름·행정흐름·재정흐름 등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 정보화지만 이것은 단순한 투명성만 보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행정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행정도 국민 서비스고, 기업이 행하는 서비스도 목적을 가진 가치적 행동 양식입니다. 그것에 정보화라는 체계를 심어 가치를 유발시키는 것이 정보화의 핵심적 목표인 것입니다.”

 그동안 길을 닦고 주변을 정비하는 일은 어느 정도 수준에 달했음으로 이제 이와 같은 변화된 사고를 갖고 정보화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자는 것이 서 원장의 오래된 지론이다. 서 원장은 법·제도 개혁의 새로운 방향도 제시했다.

 “누군가, 어느 집단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그 정보를 운용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보는 속성상 흘러야 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조직의 경계를 넘어 정보가 흘러다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21세기 지식정보사회로 가는 첩경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정보보호와 인증이라는 안정된 공통 기반의 구축이 전제 조건처럼 필요합니다.”

 국가정보화의 최일선에 선 서 원장은 선임된 뒤 1주일여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용인 본원과 서울사무소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갈 때가 많고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사무실에도 틈날 때마다 들러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중학교 3학년인 막둥이의 고민도 들어줄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의 생각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 못할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라고 개인적 고민을 털어놓는다.

 서 원장의 집은 건축가 집안이다. 현재 서 원장의 맏딸이 미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아버님도 건축계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던 분이고, 동생도 건축 일을 하고 있다. 서 원장은 정보통신·컴퓨터만을 알고 지낸 것 같지만 역시 건축가의 기질이 내재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 80년대 후반부터 그가 맡아온 국가 기반을 정보화에 새롭게 짜맞추는 일은 집 하나를 세우는 데 있어 대들보를 올리는 일과 맞먹는 비중을 가진 중대사임에 분명하다.

 어쩌면 서 원장은 국가정보화 터잡기에서부터 기둥올리기, 감리까지 도맡아온 진정한 국가정보화 건축가인지도 모른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49년 진주 출생 △72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75∼78년 육군3사관학교 교수 △81∼84년 부시 센터 연구원 △8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왓슨 스쿨 경영학박사 △87∼96년 한국전산원 재직 △96∼97년 교육부 정보관리국장 △98년 한국전산원 부원장 △99∼2001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2001년 1월∼현재 한국정책학회 부회장 △2001년 2월∼현재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위원 겸 공동실무단장 △2001년 5월∼현재 한국전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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