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킹장비 시장 쟁탈전>(상)시스코·주니퍼-차세대 라우터시장 대결투

【iBiztoday.com=본지특약】 세계 네트워킹 장비 시장 쟁탈전이 뜨겁다.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킹 장비 거인 시스코시스템스(cisco.com)와 신생 업체 주니퍼네트웍스(juniper.net)간의 시장 각축전이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 없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접전은 실리콘밸리를 무대로 차세대 라우터를 둘러싼 ‘골리앗과 다윗의 대격돌’로 표현된다. 시스코가 예상 밖의 경기 침체에다 주니퍼의 차세대 기술 장비 공세로 비틀거리고 주니퍼는 차세대 기술장비를 앞세워 시스코의 ‘아성’을 공략, 접전마다 혁혁한 전과를 올리며 경기 침체 속에서도 눈부신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네트워킹 장비는 앞으로 인터넷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 장비다. 이들간의 실리콘밸리 각축 현장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새너제이에 있는 시스코에는 인근 서니베일의 신생회사 주니퍼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주니퍼는 2∼3년 전만 해도 시스코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가 주니퍼가 자신의 텃밭에서 차세대 라우터 장비로 반기를 들고 나오면서 이제 만만치 않은 적수로 시스코의 시야에 크게 비춰지고 있다.

 주니퍼는 경기 침체기일 때나 호황기 때나 계속해 시스코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올해로 설립 5년을 맞는 주니퍼는 통신장비 판매가 급증한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시스코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 20억달러 규모 라우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니퍼의 성장은 한마디로 눈이 부실 정도다. 이 업체의 최신 제품인 차세대 백본 라우터 시스템 ‘M160’은 첫 출시 제품보다 시장 잠식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주니퍼가 현재 당면한 과제는 시스코 등 경쟁업체를 괴롭히는 혹독한 하이테크 침체를 이겨내는 일이다. 주니퍼의 올 1·4분기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5배가 늘었으나 올해 나머지 기간에는 정체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아직도 지난해 매출의 2배 수준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주니퍼가 어느 경쟁업체보다 훌륭하게 현 경기 침체를 견뎌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드우드시티의 시장조사업체 델오로 그룹의 톰 델오로 대표는 “주니퍼의 성공 스토리는 특정 제품에만 주력해 성공을 보장받으면서 가능했다”며 “그들은 스스로 기반을 잡고 능력을 입증해 보였으며 이제는 그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니퍼의 최신 제품은 전화회사와 기업 네트워크간 연결고리의 네트워크 끝 부분에서 이용되는 라우터다. 이 라우터 장비 시장은 여전히 유망한 시장이다. 특히 주니퍼의 주력 신제품은 주니퍼와 덩치가 훨씬 더 큰 시스코간 싸움을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모두 이 각축전에 대해 유난히도 조심스런 반응이다. 시스코 중역들은 주니퍼를 ‘아주 좋은 기업’이라 부르면서도 100억달러의 라우터 시장 전체로 볼 때 주니퍼는 ‘마이너리그의 선수’라고 깎아내린다. 주니퍼의 중역들도 자사가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최대 경쟁사인 시스코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들은 언론에 시스코를 언급하지 않고도 주니퍼에 대해서만 다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조심스런 반응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라우터 시장의 경쟁에 가속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주니퍼가 라우터 시장을 잠식하는 만큼 시스코는 시장을 잃게 돼 있다. 시스코로서는 경기 침체 속에도 네트워킹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주니퍼를 선두로 한 신생회사들의 도전을 막아내야 할 처지다.

 라우터 시장에서 주니퍼의 위치는 이미 만만치 않다. 데이비드 윌리스 메타 그룹 분석가는 “고성능 라우터나 대형 장비 시장 종사자 누구나 주니퍼 제품을 원한다”고 격찬했다.

 <테리리기자 terry@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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