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가 변하고 있다. 일부 의욕적인 개발자에 의해 리눅스는 이제 더이상 하찮은 운용체계(OS)가 아니다. e비즈니스시대를 맞아 e비즈니스 솔루션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리눅스업체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에 편승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제는 e비즈니스 솔루션의 최대 수요처인 기업들의 리눅스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그래서 리눅스를 전산시스템의 OS로 도입한 사례는 현재까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일반기업의 e비즈니스사업 촉진에 편승해 리눅스의 이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본지는 최근 산타크루즈오퍼레이션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 리눅스기업으로 부상한 칼데라인터내셔널의 랜섬 러브 회장의 한국 방문에 맞춰 한국리눅스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재철 한국IBM 사장, 리눅스 전문업체인 리눅스코리아의 박혁진 사장,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정갑주 교수를 초청해 e비즈니스의 미래와 리눅스의 역할에 대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편집자
△정갑주(사회·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21세기 정보기술(IT)분야에서 e비즈니스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겁니다. 현재 e비즈니스의 현황은 어떻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바뀔 것인지 얘기를 나눠 보지요.
△랜섬 러브(칼데라인터내셔널 CEO):e비즈니스는 IT기술혁명에서 시작됐습니다. IT업체들의 기술개발노력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e비즈니스 솔루션이 탄생했습니다. 현재는 많은 일반기업이 이 e비즈니스 솔루션을 도입해 경영체질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재철(한국리눅스협의회 회장·한국IBM 사장):e비즈니스의 미래는 단기적인 관점과 중장기적 관점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을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서에 접목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무선통신기술의 발전과 디지털가전의 보급 등 여러가지 환경을 고려해 보면 가까운 미래에 e비즈니스의 환경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여겨집니다.
△정갑주:실제로 IT기업들은 e비즈니스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많은 기업이 e비즈니스 솔루션 도입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나요.
△신재철:e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우선 e비즈니스가 무엇인지, 그 정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비즈니스는 기업이 IT기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비즈니스 솔루션을 도입한 업체들이 정보는 빠르게 유통시킬 수 있지만 실제 상거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난관에 부딪히기 쉽습니다.
물류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지요.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서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통합적인 e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은 e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은 마치 고립된 섬과 같다고 할 수 있지요.
△랜섬 러브:e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해선 사람의 비즈니스 관행이 바뀌어야 합니다. 도입된 기술을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고 기술이 사람에 맞춰져야 합니다. 문제는 사람의 변화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정갑주:e비즈니스는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럼 e비즈니스에서 리눅스는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리눅스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죠.
△박혁진(리눅스코리아 사장):올들어 리눅스에 대한 일반인의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리눅스를 기술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남아 있습니다. 리눅스는 e비즈니스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리눅스는 기업의 전산담당자들에게도 생소했으며 심지어 불온시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e비즈니스 수단으로 리눅스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어떠한 이점을 줄 수 있는가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다른 운용체계와의 기술적 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신재철:현재의 문제보다는 장래의 비전을 바라봐야 합니다. 앞으로 수조개의 인터넷단말기가 수억개의 서버에 연결될 것입니다. 기존의 운용체계는 통합성과 확장성이 떨어집니다. 리눅스는 슈퍼컴퓨터에서 서버·PC·정보가전·PDA에 이르기까지 모든 하드웨어를 연결할 수 있는 유연성과 확장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문제해결도 다수의 힘에 의해 빠르게 진행됩니다. 여기에 경제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리눅스는 e비즈니스의 표준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리눅스는 개방성과 확장성을 갖췄다는 차원에서 인터넷과 비슷하며 리눅스의 현재상황은 지난 96년의 인터넷보급기와 유사합니다. 초기에는 많은 IT기업이 인터넷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것처럼 리눅스도 마찬가지 길을 걸을 것입니다.
△랜섬 러브:신재철 회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리눅스는 정보기술의 근본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오픈 프로젝트는 협업개발모델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개발환경의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마치 마법사 지니가 주전자에서 나와 버린 것과 같은 것이죠. 모든 비즈니스에 과도기가 있는 것처럼 지금은 리눅스 비즈니스의 과도기입니다. 단지 개발모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리눅스를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이 나오고 성공여부가 검증되는 것입니다. 이로써 리눅스기업들도 경쟁력있는 곳만 남고 도태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갑주:세계적으로 리눅스의 보급상황이 궁금합니다. e비즈니스시장에서 리눅스의 위치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가 있습니까.
△랜섬 러브:이미 많은 미국내 기업들이 리눅스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칼데라인터내셔널로 범위를 좁히면 홀리데이인호텔 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신덴트그룹이 호텔관리시스템을 리눅스로 구축했으며 프랑스 제1의 제약회사인 파마제스트도 기간시스템을 리눅스로 교체했습니다. 맥도널드의 체인점관리시스템도 좋은 사례입니다. 우리는 리눅스와 유닉스의 통합을 통해 더 많은 기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은 고객이 유닉스에 친숙하기 때문에 리눅스의 장점을 접목시킨다면 엔터프라이즈시장의 드림팀이 될 것입니다.
△정갑주:국내에도 주목할 만한 리눅스 도입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혁진:대한항공을 비롯해 포스코·현대정보기술·쌍용정보통신 등 대형기업이 리눅스시스템 도입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금융권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스템 구축사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해 총선시기에 사용한 MBC 선거방송시스템입니다. 모두 28개 클러스터링시스템을 묶어 구축했는데, 개표상황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중계했습니다. 문제는 많은 접속자가 몰려도 시스템이 안정적인 동작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동시접속 2만명, 전체접속 50만명 이상이 몰렸는데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갑주:많은 사람들이 윈도2000이나 유닉스 그리고 리눅스의 경쟁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세가지 운용체계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랜섬 러브:리눅스와 유닉스는 보완관계입니다. 리눅스는 웹 서버나 애플리케이션 서버에 적합한 네트워크 플랫폼이고 유닉스는 데이터베이스 서버나 백오피스 서버에 걸맞은 백엔드 플랫폼입니다. 리눅스용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나왔지만 문제는 확장성입니다. 유닉스와 리눅스간의 장벽이 없어지면 유닉스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리눅스는 32웨이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신뢰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통합작업을 오픈리눅스라는 플랫폼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좋은 솔루션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표준은 마이크로소프트만의 표준입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개방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갑주:각 회사의 리눅스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입니까.
△랜섬 러브:앞서 말했듯이 유닉스와 리눅스의 통합입니다. 현재 많은 기업은 유닉스를 기반으로 기간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습니다. 기존 유닉스시스템의 자원을 버리지 않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면 고객은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서비스보다는 솔루션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기업이 구매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솔루션이기 때문입니다.
△신재철:현재 한국IBM의 매출에서 리눅스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아니다. 현재는 고객이 원하는 플랫폼으로 솔루션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눅스에 대한 인력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대형기업의 핵심시스템에 리눅스를 도입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축사례가 있으면 고객을 설득하기가 용이해집니다. 자체적으로는 리눅스 관련 서비스의 제공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국내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결론은 구축사례 확보와 애플리케이션 발굴입니다. 기존 리눅스업체들의 저가공세는 오히려 리눅스 비즈니스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됩니다.
△박혁진:아직 리눅스코리아의 규모는 작습니다. 따라서 리눅스 비즈니스의 성공모델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초기에는 리눅스 마니아 집단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리눅스 비즈니스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리눅스의 가치를 팔지 않고 제품의 가격만을 팔았기 때문에 저가경쟁의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우리는 리눅스 요리사가 목표입니다. 좋은 재료를 갖고 고객이 원하는 음식을 만든다는 말입니다. 특히 대용량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이 많다고는 하지만 기업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대용량 제품은 드뭅니다.
<정리=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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