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의외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IT와는 전혀 무관한 일에 종사하다 새로운 인생을 찾아 이 분야에 발을 내딛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들은 전직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종종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엔지니어 출신들을 놀라게 한다.
포털사이트 심마니의 영상사업팀 윤제균 팀장(32)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윤 팀장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광고대행사인 LG애드 전략기획팀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딛고 광고계 최고 전문가를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IMF가 터지면서 인생 행로가 바뀌게 됐다. 한달간 휴직을 하게 되면서 인생의 목표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게 된 것이다.
윤 팀장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영화 시나리오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 작품으로 자신의 신혼여행 경험과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살인사건을 소재로 코믹공포영화로 화제를 뿌린 ‘신혼여행(정선경·차승원 주연)’의 시나리오를 내놨다. 윤 팀장은 지난 99년 태창흥업의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 영화화되면서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하게 됐고 이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다시 한번 영화계에서 이름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영화계와 인연을 맺으면서 인터넷과 디지털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지난해 8월 아예 인터넷 회사인 심마니의 영상사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화양연화’ ‘리베라메’를 시작으로 디지털영화 ‘눈물’ ‘자카르타’ 등에 투자했다. 윤 팀장은 심마니 입사 후에도 계속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제작에 들어갈 예정인 영화인 ‘트루’와 ‘도둑맞고 못살아’ ‘두사부일체’ 등의 시나리오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딴지일보 마케팅팀에 입사한 이관영(31)씨의 경우는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96년부터 5년여동안 대략 7∼8개의 직업을 거쳤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용인에 스포츠카 레이싱 온로드 경기장이 세워졌던 96년 레이싱팀인 ‘인터크루’에서 카레이서로 출발한 이관영씨는 낮에는 레이싱 연습, 밤에는 강남에서 대리운전사로 1년여를 보냈다. 당시만 해도 카레이싱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됐으며 카레이서도 자기 주머니를 털어야만 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대리운전을 했다. 이때 맺은 인연으로 그는 20대 중반인 97년 한해동안 가라오케 지배인으로 지내기도 했다. 업무 특성상 대부분 밤에만 근무하게 되자 낮 시간동안 컴퓨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접하게 된 것이 PC통신 유니텔.
유니텔을 이용하던 중 유머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그는 인기 유머작가로 급부상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이관영씨는 내친 김에 유니텔에 유머동호회 ‘하얀이와반달눈’을 만들어 2년여동안 대표 시솝으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정보통신 종사자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으며 시솝자격으로 SBS 라디오의 문학방송인 ‘책하고 놀자’에서 약 5개월동안 방송작가와 패널로 지냈으며 또 유머동호회 후배 4명과 함께 유머 단행본인 ‘폭소, 유머를 찾아서(대교출판사)’를 출간하기도 했다.
동호회 시솝자리를 그만둔 99년말에는 동호회에서 만난 회원이 남대문 상가내의 라면집을 무상으로 맡겨 ‘라면집 사장님’으로 타이틀을 바꿨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한 라면집은 경영악화로 오픈한 지 5개월 만에 파산하는 아픔을 맛봤다. 곧바로 얻은 직업은 게임업체 ‘e게임넷’의 기획과 운영팀장. 그러나 그는 여기서도 6개월 만에 다른 게임업체와 합병돼 그만둬야 했다. 올들어 딴지일보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이관영씨는 애초에 기자로 지원했으나 화려한 경력 때문에 마케팅 업무로 발탁돼 현재 딴지일보 수익사업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축구커뮤니티 사이트 ‘푸티’를 운영하는 FC네트워크의 장덕윤(27)씨는 전직 프로축구선수라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장덕윤씨는 94년 서울대학교 축구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활동하던 중 대학 2학년때 휴학, 1년여동안 SK프로축구단의 후보선수로 활동했다. 당시 선배들의 권유로 다시 학교로 돌아와 프로선수 생활은 얼마되지 않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대학 재학시 2년동안 어린이 축구클리닉을 운영했으며 서울대학교 축구부 출신들을 주축으로 아마추어 축구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사회에 나와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이 줄어들지 않아 아예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업체에 입사했다. 장덕윤씨는 현재 국내 아마추어 축구대회 리그인 ‘푸티리그’를 기획·운영하면서 축구에 대한 애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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