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과학 기술자들에게는 적어도 연구 분야에서 후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과학기술부의 행보를 보면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이 최근 동분서주하며 정부 출연연 활성화와 사기진작 종합대책을 마련, 이를 출연연 기관장 간담회에서 발표한 것을 지켜보는 기자로서는 그래도 과학기술정책부서인 과기부가 뒤늦게나마 종전의 태도를 바꿔 ‘총대를 메고 해결해 보겠다는 게 다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의 개선, 출연연 고유기능 정립,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 후생복지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출연연 활성화 종합대책은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침체된 출연연 기능을 활성화하고 연구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 추가예산 확보가 필요한데 이를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 과기부의 의지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정확한 현상진단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출연연에 매스를 가한 정부 스스로, 그것도 과기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과기부의 수장이 나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가 개혁의 시범 케이스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인원정리, 인건비 비중 축소, 연월차 휴가 폐지, 정년제 도입, 계약제 전환 등 강하게 밀어부친 출연연 구조조정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그러면서도 과기부는 구조조정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얼마나 퇴보하고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었나를 스스로 인정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자기 반성은 일언반구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이번 출연연 종합대책을 보는 과학기술계의 시각이 곱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과기부는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다”라고 우겨도 현 정부가 단행한 출연연의 구조조정이 이유가 어떻튼 ‘실패’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됐다. 게다가 출연연 문제를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한 과기부 관료들이 김영환 과기부 장관의 취임 두달여 만에 출연연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는 사실에 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출연연 문제를 방치해 오다시피한 과기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직무 유기와 총리실의 무성의한 출연연 문제 대응에 따라 결과적으로 나타난 무형의 국부 손실에 대해 출연연 개혁을 주도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출연연 문제를 총리실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과기부는 그동안 문제 많던 구조조정에 대해 긴 침묵으로 일관해온 이유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출연연의 운영이 그동안 잘못됐다면 그만큼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꼴이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 결과를 초래한 셈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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