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개발 컨소시엄 구성 배경

 차세대 반도체 장비 국산화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군소 장비업체들이 장비 공동개발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달말께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게 될 반도체 장비 국산화 컨소시엄은 국내 최초로 10여개 민간업체들이 참여하는 대단위 순수 민간공동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의미=국내 군소장비 업체들이 그동안의 경쟁관계를 청산하고 차세대 전공정 장비개발에 공조하기로 한 것은 희망적인 일이다. 아토를 주축으로 구성이 추진되고 있는 장비 컨소시엄이 역점을 두는 사업은 반도체 전공정용 장비 개발이다. 컨소시엄은 향후 2년안에 플라즈마화학증착(PECVD)장비, 노광장비 등을 공동으로 개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컨소시엄이 전공정 장비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전공정 장비개발에 힘을 모을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업체수가 적은 데다 일정 기술수준만 확보한다면 막대한 규모의 신규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모든 공정을 통틀어 17% 남짓에 불과하다. 이 중 전공정장비 국산화율은 6.4%로 후공정장비 34.5%, 검사용장비 11.7% 등에 비해 국산화율이 매우 저조하다. 반도체 제조공정상 전공정장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업체의 전공정장비 사업은 절대적인 열세에 있다. 컨소시엄은 불균형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업체간의 기술공조로 차세대 기술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컨소시엄의 활동여하에 따라 취약한 전공정장비의 국산화율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배경=300㎜ 웨이퍼 시대는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300㎜ 설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장비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위축에다가 초기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고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므로 단독으로 장비개발에 나서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장비업체들은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됐다. 이를 위해 업체들이 축적된 기술을 이용,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됐다.

 해외 판로개척을 위해서는 기술력을 검증하고 참조사이트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는 국내 소자업체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보고 컨소시엄 구성 초기부터 삼성전자 같은 대형 소자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소자업체와 컨소시엄 업체 모두가 힘을 모으는 해외마케팅 공조전략을 구사해 해외시장 진출의 길을 넓힐 예정이다.

 ◇업계 동향=반도체 장비사업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하려고 세계적인 장비업체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장비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300㎜ 웨이퍼 관련 공정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정부와 반도체장비 업계가 공동으로 구성한 협의체, 셀리트(Selete)가 활동중이다. 셀리트 외에도 초미세 공정기술 및 시스템온칩(SoC) 기술개발 협의체인 스타크(STARK)가 차세대 기술개발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이들 협의체는 차세대 기술개발을 가속화할 목적으로 아스카(ASCA) 프로젝트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의 중추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들어 전세계 15개 주요 반도체장비 개발업체들이 오는 8월 메이저장비업체(MES) 컨소시엄 출범계획을 밝히는 등 상위업체의 입지 굳히기 작업이 가속화하고 있어 업체 단독이 아닌 업계의 공조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전망=이번 장비 공동개발 컨소시엄에는 현재까지 11개 업체의 참여가 확정됐으며 이달중 3, 4개 업체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컨소시엄 참여업체가 기존의 과당경쟁 구도를 탈피, 공조시스템으로 전략을 바꾸고 각사가 보유한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해서 컨소시엄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컨소시엄이 차후 생산할 전공정장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연간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외국 유수의 장비업체와 실력을 겨루려면 정부와 소자업체의 관심과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협의체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용두사미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와 소자업계, 장비업계의 성공적인 공조시스템은 전공정장비 개발을 계획중인 타 장비업체들을 자극, 새로운 공조체제 구축을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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