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돈줄 경색 풀린다

 벤처업계의 ‘돈맥경화’가 올 2·4분기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벤처기업의 프라이머리CBO(발행시장 자산담보부증권) 발행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다 지난달부터 벤처투자자들의 펀드조성이 늘어나면서 최근들어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벤처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중소기업청과 창업투자회사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14개 조합, 1223억원이 결성되는 데 그쳤던 벤처투자조합 결성액은 지난달 24개 조합, 286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중기청 관계자는 “그동안 미뤄졌던 정부의 벤처투자조합출자예산 1000억원 배정이 지난달 이뤄지면서 벤처펀드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며 “조합 결성이 상당수 이뤄진 만큼 벤처투자가 다소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코스닥 침체 등으로 투자를 주저했던 창투사들도 최근 적극적인 투자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벤처투자는 지난 1월 25억원, 2월 20억원, 3월 40억원, 4월 48억원 등 꾸준히 벤처투자를 늘려 왔으며 이달에도 3개 벤처기업에 32억원을 투자한데다 15억원 정도의 추가 투자를 앞두고 있어 5월 한달 벤처투자만도 총 5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올초 경영권 분쟁으로 투자에 주춤했던 무한기술투자도 지난달 93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다음달까지 각각 100억원 규모의 영상·바이오·IT펀드 결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은캐피탈도 최근 130억원 규모의 환경벤처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공격적인 벤처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SK와 한국통신의 IMT2000 컨소시엄이 3월에 낸 정부출연금 중 3000억원이 벤처투자에 쓰이게 되고 코스닥시장의 회생과 함께 500조원이 넘는 연기금 중 일부가 벤처펀드 결성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벤처 자금난 해소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김철영 팀장은 “벤처기업의 자금난은 이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은 정부가 나서 벤처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이 살아날 경우 개인·기관 자금의 본격적인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벤처캐피털로부터 12배수로 투자를 유치한 벤처기업의 K 사장은 “그동안 벤처투자시장이 경색돼 펀딩을 늦춰오며 적당한 시기를 모색해 왔다”면서 “최근 여러 채널을 통해 벤처투자 관계자들을 접촉해 보면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협상 제스처를 보여 서서히 자금시장이 열리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달부터 발행되는 벤처 프라이머리CBO도 벤처기업 자금난 해소에 상당한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여러 벤처기업의 회사채를 모아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인 벤처 프라이머리CBO는 지난 15일 1차인수가 이뤄져 17일 166개 기업에 3618억원의 발행대금이 지급됐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표면금리 3%의 저리로 발행되는 프라이머리CB0는 다음달까지 6700억원, 하반기에 6000억원이 추가로 발행돼 600여개 벤처기업에 도움을 주게 된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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