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양승택장관의 확신

 바야흐로 ‘양승택 정국(政局)’이다. 그는 정보통신부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중국을 방문해 업계 숙원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수출을 성사시키더니 시스템통합(SI)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이끌고 중남미에서 중동까지 세일즈 외교에 정신이 없다.

 양 장관은 골칫거리였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자 선정에도 거침없이 소신을 밝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통신시장 3강체제 유도를 위해 “동기식 사업자의 출연금을 삭감해 주겠다”는 것에서 출발, 급기야는 “3강구도가 균형있게 발전하려면 2세대에서도 실효성 있는 비대칭 규제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폭탄선언까지 나왔다. 16일에는 아예 하나로통신·파워콤·LG텔레콤이 연합하면 가장 이상적인 제3사업자가 될 수 있다며 구조조정의 구체적 방향까지 제시했다.

 반응은 즉각적이고도 폭발적이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민감했다. 양 장관의 3강체제 유도 발언이 나온 직후 후발통신사업자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더니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을 지목한 비대칭 규제 방침이 천명된 이후에는 하나로통신과 LG텔레콤의 주가가 수직 상승, 상한가를 쳤다. 언론은 이를 두고 ‘양승택 주가’라는 이름을 붙이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양 장관의 한마디 한마디에 언론은 분석 해설 기사를 게재하느라 법석을 피우고 주식시장은 요동친다. 이 뿐인가. 통신사업자는 물론 이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장비·솔루션업체 등 전 정보기술(IT)업계가 이해득실과 파장을 따지느라 야단이다.

 그래서인지 요사이 뉴스메이커로서 양 장관은 가히 ’최고의 인물’이다. 이석채씨 이후 자신의 정책 소신과 철학을 이처럼 확고하게 펴는 장관도 오랜만일 뿐더러 그의 발언이 좁게는 통신시장과 IT산업에, 크게는 국내 재계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가톤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장관과 정통부는 이제는 다소 물러설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양 장관의 사업자 선정 정책 및 구조조정 소신은 기존 정통부의 정책 기조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사업자들의 형평성과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 원칙이 지배했지만 정통부는 정부의 의지를 개입시키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양 장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만한 업체, 예컨대 비대칭 규제의 화살을 맞게 된 한국통신·SK텔레콤 등은 비록 드러내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불만을 털어 놓고 있다. 이 입장에는 장비, 솔루션업체의 CEO들도 가세한다.

 이들이 여론몰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양 장관의 소신이 워낙 확고하고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대세에 감히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일부에서는 “양 장관은 CDMA 확신범”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하며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정이 어찌 되었건 양 장관은 일단 여론의 지지를 업는 데는 성공했다. 과거 같으면 정책이 바뀌었느니 어쩌니 하며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을 언론조차 양 장관의 일처리 솜씨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매우 이례적인 상항인 것이다.

 양 장관과 정통부는 이를 현 정책의 절대적 지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장관과 정통부의 정책에도 분명히 허점이 있고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양 장관의 말 한마디가 전 언론의 머리기사로 올라가는 것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시장은 그리 간단치 않고 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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