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e프로큐어먼트 왜 잇따라 구축하나

 

 대기업들의 잇단 e프로큐어먼트 시스템 도입은 온라인 구매행위의 효과와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자리잡히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모 B2B 솔루션 사업자는 “국내 매출규모 200대 기업이라면 적어도 몇년새 온라인 조달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개별기업의 e프로큐어먼트 도입이 과연 기업의 업무효율성을 올리는 최적의 대안인가라는 점에서는 긍정과 부정적인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부선 B2B의 최적의 대안으로 꼽혀온 e마켓의 또 다른 대안으로 해석하기도 해, 이로 인한 국내 B2B시장의 판도변화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황=이미 e프로큐어먼트를 구축, 온라인 조달을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SK(주)를 비롯해 한화, SK케미칼, 현대전자, 현대석유화학, LG건설, 대림산업 등 전 업종에 걸쳐 퍼져있다. 표참조

 이 중 SK(주)는 기업 전체 구매활동을 통합한 것 외에도 화학사업부문이 독자적인 온라인조달체제를 갖추고 있다. LG칼텍스가스는 모든 업무가 인터넷에서 자동으로 이뤄지지는 않지만 입찰참여 등 일부 업무를 대상으로 한 내자구매시스템을 최근 가동했으며, 오는 6월부터 정식 가동에 들어가는 현대석유화학은 원부자재 등 조달품목 100% 거래를 목표하고 있다. 또 기업의 경영혁신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는 재고품에 한해 운영하고 있는 판매사이트에 정품판매 및 e프로큐어먼트를 통합, 오는 7월 재가동한다.

 해태제과는 최근 회사의 거래유형, 구매유형을 분석하고 우선 소모성자재부터 전자조달을 시작해 향후 원부자재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MRO품목에 한해 LG유통에 일괄구매 아웃소싱을 한 삼양사도 전략품목에 대한 e프로큐어먼트 구축을 검토중이다. 이밖에 효성그룹을 비롯해 휴빅스, 현대기아차, LG전자, 삼성전자 등도 e프로큐어먼트 구축에 착수했거나 검토중이다.

 ◇왜 e프로큐어먼트인가=“기업의 구매활동은 생산, 판매와 함께 3대 요소를 이룬다. 이 구매행위에 외부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e프로큐어먼트를 구축한 A사의 변이다. e프로큐어먼트 구축에 나서는 대부분 기업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관계사 구매인력을 그룹차원으로 통합한 S그룹은 또 다르다. S그룹은 최근 외부 e마켓에 구매행위를 아웃소싱했다.

 이 두가지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인 것 같지만 해당 품목이 다르다는 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전자의 기업은 자사의 핵심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략품목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후자는 MRO용품에 한정해 취한 조치다.

 또 다른 이유는 아직까지 전략품목을 취급하는 e마켓이 활성화돼있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B사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자 해도 해당 e마켓의 준비가 덜 돼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조달을 통한 프로세스 개선, 이를 통한 간접비용 절감에 대한 기업의 기대는 높아져 있는데 물품을 구매할 온라인시장이 아직까지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객관적 상황이 기업들이 자체적인 온라인 구매체제를 갖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망=e프로큐어먼트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그 효용성과 공개 e마켓에 미칠 영향에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e프로큐어먼트가 사설 e마켓으로 발전한다는 전제에서 공개 e마켓에 대한 회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e프로큐어먼트와 공개 e마켓이 경쟁관계를 형성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특히 e프로큐어먼트를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e프로큐어먼트 시스템을 가동한 S사는 당초 기대보다 사용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S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개구매를 할 경우 우리가 원하는 품목(사이트에 기재된 품목의 정의)을 공급사가 제대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론상으로는 기존 거래선이 온라인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 같지만 전화나 팩스로 주고 받던 제품 사양이 온라인에서 특정 상품으로 규정될 때는 이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걸린다”고 말한다. 결국 표준화 문제가 남는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기업들의 e프로큐어먼트 구축범위가 전략품목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들은 MRO용품까지 포함한 e프로큐어먼트를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성공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기업의 구매비중으로는 20%를 차지하지만 다뤄야 할 품목 기준은 80%를 차지하는데 이에 대한 전자카탈로그를 자체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사설 e프로큐어먼트에서 발전한 e마켓과 공개 e마켓의 취급품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보완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측면은 전략품목이라 할지라도 개별기업이 e프로큐어먼트를 구축할 역량이 되지 않는 영세업종은 공개 e마켓을 이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e마켓들이 온라인 비딩, 전자카탈로그 검색 등 e마켓에서 제공하는 구체적인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서비스제공(ASP) 형식으로 제공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B2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e마켓 수익모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개별기업이 온라인조달의 대안을 외부 e마켓이 아닌 e프로큐어먼트로 찾고 있지만 이 또한 붐처럼 일고 있는 유행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선택을 권고한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글로벌 표준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개별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개별기업에는 중복투자의 부담을 안겨주거나 국가적 산업적으로 비효율성을 야기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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