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경영프리즘(7)CEO 브랜드파워 기업가치 잣대로...

경영의 전문성을 높이고 주식시장을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디지털경영시대가 도래하면서 최고경영자(CEO) 브랜드가 기업이나 상품 브랜드보다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CEO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춤을 추는 것은 이제 예사다. 심지어 CEO 한사람의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회사가 살거나 죽는 일이 미리 예측되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기업의 시장가치는 기업이미지(CI)보다 CEO이미지, 즉 PI(President Idendity)에 의해 더 좌우된다. 기업이나 상품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신 CEO는 대중의 이목을 피해 속편하게 살 수 있는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CEO가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능가하는 대중적인 스타 대접을 받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CEO 브랜드에 주식가치를 매기는 인터넷사이트가 네티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CEO들은 좋든 싫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의 이미지에 점수를 매기는 브랜드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알게 모르게 국내에서도 CEO 브랜드 마케팅을 대행해 주는 PI전문가나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업무패턴도 남몰래 쉬쉬하던 것을 공공연하게 널리 알리는 공개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CEO 브랜드 마케팅이란=CEO를 회사의 브랜드 자산으로 여기고 그 가치를 효율적으로 높이는 것을 말한다. 모든 브랜드의 가치가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듯, CEO 역시 이미지관리를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누가 어느 회사의 사장인가에 따라 그 CEO의 가치가 매겨졌다. 즉, 기업의 시장가치가 CEO 브랜드를 좌우했다. 하지만 이제는 CEO 브랜드가 기업의 시장가치를 선도한다. 어떤 CEO가 그 회사에 있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가치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CEO들은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회사에도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

 일반적으로 브랜드가치를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는 CEO 스스로 기업의 대표 홍보자로 나서는 길이다. 강연이나 세미나 참석 및 발표, 저서 발간과 같은 업적과 추진업무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왜 필요한가=CEO 브랜드는 대외적인 공신력과 직결된다. 공신력은 곧 자금동원력과 성공에 이르는 길을 인도해 준다. 경영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회사의 가치가 주식시장에 미리 반영되고 이는 자금조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확실치 않다. 특히 위기관리나 구조조정·개혁 등 중요한 시기에는 더욱 중요해진다. 때문에 누가 CEO로 있느냐가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혁혁한 성공을 거둔 유명인일수록 반영도는 높아진다. 모토로라반도체의 조지피셔는 식스 시그마 운동으로 쓰러져 가던 모토로라를 회생시켰다. 주식이 곤두박질치던 휴렛패커드는 칼리 피오리나의 영입과 함께 주가가 상승세로 반전됐다. 제리 앙, 스티븐 케이스, 이데이, 마이클 아이즈너 디즈니 등 어느 회사의 소속인지는 잘 몰라도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 CEO들이 허다하다. 이들은 다양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회사를 반석위에 올려놓고 자신의 몸값도 수백, 수천만 달러로 치솟게 만들었다.

 

  ◇CEO 브랜드 마케팅 어떻게 하나=CEO브랜드를 창출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마케팅이 필요하다. 이는 경력축적·업적달성·브랜드획득·브랜드관리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마이클 암스트롱은 IBM에서 강력한 개혁과 추진력을 인정받은 이래 휴스 일렉트로닉스에서 과감성을 지속했으며 AT&T에서도 과단성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냄으로써 브랜드 관리에서 성공을 거뒀다. 

 소니의 이데이 사장, 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사장은 고학력의 전문성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내세우며 브랜드를 축적하고 있다.

 브랜드 창출에는 업적뿐만 아니라 개성도 중요하다.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CEO브랜드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청바치 차림의 빌게이츠 회장이다. 빌게이츠는 곧 청바지차림이라는 서민적인 이미지로 컴퓨터업계 황제라는 폭국의 이미지를 상쇄시키고 있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은 직접 전세계 세일즈 전선을 누비는 이미지로 강하게 어필하고 있고, 칼리 피오리나 휴랫패커드 회장은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이들의 뒤에는 자신의 이미지관리를 전담해 주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이미지관리는 연봉과 직결되고 성공가능성과 이의 지속성과도 밀접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기도 한다.

  

 ◇국내현황=국내에서는 아직 CEO 브랜드 마케팅이 널리 확산돼 있지 않은 도입기다. 휴먼네트워크를 강조하며 발이 부르트도록 이 모임 저 단체에 얼굴을 내미며 자신의 경력을 축적하는 단계다. 지난해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업적을 달성해 벤처스타라는 브랜드를 획득한 이들도 있지만 이들조차도 본격적인 브랜드 관리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의 지속성을 가지기에는 아직 연륜이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 박태준 전 포철 회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 탁월한 CEO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한 이들도 없지 않다. 정주영 전 회장은 본인의 추진력을 승화시킨 방북 소떼몰이 행사로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탱크주의를 주창한 배순훈 전 사장은 주부들의 스타로 각광받았고 이익치 전 회장은 바이코리아펀드로 IMF극복의 화신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창출했다. 벤처계에서는 인츠닷컴의 이진성 사장이 회사이미지와 동일성을 내세운 엔터테이너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유명연예인과의 결혼도 그의 브랜드 지속성을 강화시켜줬다. 집념의 만화주인공 까치의 작가 이현세씨와 이미지 동일시를 유도하며 성공의 집념을 전파하는 아이월드네트워킹의 허진호 사장이나 의사와 바이러스치료의 유사성을 사업에 적극 이용하는 안철수 사장도 CEO브랜드 마케팅의 선두주자들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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