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지털경제가 꽃피우는 이유

◆김홍식 한솔CSN 대표이사

 디지털경제가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 닷컴기업이나 벤처기업 등 ‘디지털’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으며 급부상한 것이다.

 지난 99년 IMF라는 어려운 경제상황에 직면했을 때 ‘디지털 중심의 경제체제’가 우리 경제를 회복시킬 대안으로 떠올랐다. 닷컴기업 등 벤처기업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정부 차원에서도 벤처기업을 육성할 뿐만 아니라 굴뚝기업인 제조업체들도 디지털경제를 접목시키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생존논리가 전개되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남짓한 현재 벤처기업에 대한 거품론이 일고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까지 대두됐다. 일부에서는 닷컴(dot come)이 아니라 닷곤(dot gone)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신경제체제가 도입되면 도입기-진통기-도약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의 발전단계를 거치게 된다. 현대 산업화의 시발점인 된 산업혁명도 도입과 함께 진통기를 겪으며 성장을 하여 오늘날의 산업화를 꽃피우는 초석이 되었다.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겪은 영국의 경우 시민계급을 중심으로 절대왕권과 귀족을 타도하고 봉건적 잔재를 제거하는 과도기를 겪으며 자본주의체제를 도입했다.

 산업혁명에 의해 경제·산업 부문에서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루었으나 과잉생산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등 경제문제가 대두되고, 열악한 생활환경과 공해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도입 초기의 문제 등을 극복하며 한 단계씩 도약을 하고 성숙한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되었다.

 서구의 산업혁명은 200∼300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서서히 이룩한 성과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적 여유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산업화의 터를 닦았다. 이제 이런 풍부한 기술경험과 경제발전을 통해 더욱 고도화된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경제가 꽃피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흐름의 논리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코스트의 절감과 서비스 경쟁력의 우위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우선 디지털경제에서 코스트 경쟁력은 기존 아날로그경제체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위에 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의 자동차 제조회사가 ’코비센터’라는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매출액의 6%를 절감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체들의 판매이익이 평균 2.2%인 것에 비하며 거의 3배 가까운 수치다. 온라인을 이용한 원료나 자재 등의 공동구매는 코스트 절감과 생존 차원에서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다.

 둘째, 디지털 환경에서는 변동비가 거의 없어 ‘수확체증의 법칙’이 생긴다는 것이다. 전화를 한 명에게 할 때 1이라는 비용이 든다면 전화를 100명에게 한다면 변동비가 100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e메일 등 온라인을 이용한다면 1명에게 발송을 하든 100명에게 하든 1이라는 비용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정

한 매출 이상이 발생할 때는 또다른 투자비 지출 없이 이익으로 남을 수가 있다.

 셋째, 서비스 경쟁력이 우위에 있고 고객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미시간대 경영대 부속 국립품질연구센터가 조사한 소비자만족도지수(ACSI)에서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78점으로 72점을 얻은 오프라인 쇼핑몰의 만족도를 상회했다.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경쟁력의 우위는 기업성공의 핵심이 된다.

 향후 우리 앞에 펼쳐질 디지털세상은 이제 1%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디지털세상에 대한 잠재적 발전 가능성의 폭과 깊이가 지금 우리의 지혜로는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디지털혁명은 리스크와 동시에 기회를 의미한다. 21세기 산업계는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는 기업과 도태되는 기업으로 명확하게 구분될 것이다. 기업체나 개인 모두 ‘디지털’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미래에 다가올 메가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교육과 훈련, 제도개혁과 사회 인프라를 갖추는 것 또한 정부와 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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