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에 선 리눅스>(4/끝)리눅스 활성화의 해법을 찾아라

 리눅스는 단순한 운용체계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세계 IT지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컴퓨팅 환경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고 국내 소비자의 주머니 돈이 해외로 흘러갈 걱정도 없다. 따라서 리눅스는 21세기 우리나라 IT산업의 새로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의 규모가 작고 정부의 리눅스 지원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가 앞서 나가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리눅스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핵심=리눅스 업체들은 리눅스 활성화에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미나나 전시회처럼 리눅스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정보화촉진자금 같은 각종 정책자금을 리눅스 업체에 저리로 지원해주는 실질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정부의 리눅스 시스템 도입은 리눅스 시장확대의 열쇠다. 올해 국내 리눅스 업체들의 당면과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 하지만 아직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리눅스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에서 앞장서 리눅스를 도입하게 되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리눅스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현재 국방부, 교육부, 행자부 등의 부처가 국방정보화 프로젝트나 학내전산망, 행정전산망 등에 리눅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만한 결과물은 나오고 있지 않다. 또 행자부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행망용 리눅스 응용 프로그램을 심사했지만 그나마 많은 업체들이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일부에서는 리눅스 활성화를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리눅스가 좋다면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환영받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 정부의 공공연한 리눅스 지원책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미국 정부로 이어지는 통상압력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 리눅스 업체의 대표는 “리눅스 업체들이 다른 벤처에 비해 유별난 특혜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며 “공정한 게임의 법칙을 지키면서 하는 경쟁에 참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실질적인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눅스 업체 체질을 바꿔라=“리눅스 업체의 비즈니스 상대가 닷컴기업에서 오프라인 기업으로 바뀌면서 적지 않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장기적인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부족한 리눅스 업체들로서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리눅스코리아 박혁진 사장의 말이다. 보통 오프라인 기업이 전산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제안서 심사 한달, 벤치마크 한달, 사업자 및 시스템 사양 선정 한달, 파일롯 프로젝트 석달 등 6개월 정도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리눅스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조급함을 나타내 고객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은 리눅스 업체들이 동호회 구조에서 출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호회는 말 그대로 좋아하는 대상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당연히 비즈니스보다는 재미가 우선된다. 비즈니스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걸림돌을 이겨내기 위한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근본적인 체질을 바꿔 비즈니스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제휴도 리눅스 업체의 당면 과제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고객에게 신뢰성을 줄 수 있는 협력사가 필요하다. 그 대상은 국내 대형 SI업체가 유력하다. 임베디드 리눅스도 하드웨어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상품화를 이뤄낼 수 있다.

 이에 비해 데스크톱 리눅스의 경우는 제휴보다는 리눅스 알리기가 시급하다. 우리나라 국민 중 리눅스가 윈도와 오피스를 대신할 수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리눅스도 윈도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으며 리눅스 기반의 응용 프로그램에서 윈도 기반의 응용 프로그램으로 만든 파일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기업도 별로 없다.

 리눅스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은 중요하다. 그러나 리눅스 업체 스스로가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 격이다. 정부와 업체가 정확한 방향을 공유하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올해가 리눅스 활성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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