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희망 산업단지를 가다>(5)구미국가산업단지

내륙 최대의 첨단산업단지이며, 전국 수출의 7.2%(2000년)와 경북지역 총 수출의 45%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의 수출산업기지가 바로 구미국가산업단지를 표현하는 화려한 수식어다.

 그러나 최근 구미국가산단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감소했고, 원자재 수입은 지난해보다 20% 가량 줄었다. IMF 이전에는 가동률 90% 이상을 항상 유지하던 이곳이 최근에는 80.3%(지난달)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국내외 경기가 아직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섬유와 전자제품의 단순 생산기지였던 구미국가산단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디지털정보단지로 환골탈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첨단 디지털산업화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예전의 활기와 명성을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지난 99년 이후 섬유와 전자제품 생산 일변도인 구미국가산단을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은 디지털중심지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산업입지 기반 확충으로 기존 1·2·3단지와 연계한 제4첨단산업단지 조성, 디지털산업단지 구축, 공장관리업무를 위한 공장설립 및 관리정보 시스템 운영 등은 점차 구미국가산단을 디지털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 고도화 단지로 변모시키는 밑그림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산업자원부가 산업단지 디지털화사업에 구미국가산단을 대상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구미국가산단이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현황=구미국가산단은 지난 69년부터 1·2·3단지가 단계적으로 조성돼 지난 96년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한 국내 최대의 수출산업기지다. 지난 71년 정부의 전자공업 진흥계획에 따라 제1단지 309만평이 먼저 조성됐고, 그 후 10년 뒤인 81년에 제2단지 69만평, 87년 3단지 138만평 등 총 516만평이 단지로 조성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174만평 규모로 조성중인 제4단지를 포함하면 구미국가산단은 산업용지와 지원시설, 공공시설을 합쳐 총 690만평 규모의 국내 최대 산업단지로 급부상하게 된다.

 수출은 지난 71년 처음으로 전자제품 824만달러어치를 달성한 데 이어, 96년 100억달러, 지난해에는 124억1000만달러를 수출, 전국 1726억달러 수출의 7.2%를 점유했다. 무역수지는 49억700만달러를 기록, 전국 흑자 121억2900만달러의 40.5%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총 생산량은 30조원에 달하며, 고용인원도 6만7500여명에 이른다.

 5월 현재 533개 업체가 입주, 생산활동을 하는 가운데 전기전자 관련업체가 146개 업체로 전체의 27.4%이며, 섬유관련 업체가 138개 업체로 26.2%, 나머지 기계 86개 업체, 비금속 71개 업체 순이다.

 특히 화섬업체의 경우 국내 12개 원사 제조업체 중 8개사(코오롱, 효성, 동국합섬 등)가 밀집, 국내 폴리에스테르 장섬유 전국 생산량의 41.8%를 점유하고 있다. 구미국가산단에서 주로 생산하는 제품은 이동전화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반도체, 디지털TV, 원사 등으로,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5∼6개의 대형 전자 메이커가 이곳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구미국가산단의 특징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모기업과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이 같은 단지에 입주, 협력체제를 유지해 부품의 원활한 공급과 신제품 개발, 자금지원 및 기술지도를 병행하고 있는 것. 즉 타지역에 비해 대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대다수 중소기업은 제품 판매에서 대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4단지 조성=오는 2006년 완공을 목표로 구미시 옥계·금전·구포동 일대에 174만여평 규모(사업비 6370억원)로 조성중인 4단지는 전자·컴퓨터·반도체·통신 등 14개 첨단업종을 유치, 기존 1·2·3단지는 물론 지역 및 국가경제를 활성화하는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4단지 올해 추진계획은 입주업체 수요조사를 통한 분양과 오는 12월 용수 공급시설 등 기반시설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 경영지원팀 최정권 과장은 현재 조성중인 4단지에는 첨단업종만을 유치, 기존 단지를 정보기술(IT)과 접목한 첨단 산업구조로 재편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산업단지 구축 및 전망=구미국가산단의 디지털화 작업은 입주기업의 기존 아날로그식 생산 및 판매방식에서 탈피, IT 및 인터넷과의 접목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미다.

 산자부의 디지털산업단지 선정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구미시는 앞으로 단지내 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식정보화시대에 맞는 디지털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게 된다.

 우선 디지털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올해는 9억8500여만원(정부 5억4000만원, 산단공 3억4500만원, 구미시 1억원)의 예산을 들여 종합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이달 안에 포털사이트 구축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다음달부터는 본격 사이트 구축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 디지털산단팀 조호철 팀장은 “단지의 디지털화에 대한 입주업체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포털사이트가 구축되면 앞으로 전자상거래와 e마켓플레이스,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 전자 카탈로그 제작 등을 통해 다각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입주업체들은 디지털기반 위에서 기술과 산업동향 파악, 기술개발 용이, 생산 및 거래비용 절감 등의 혜택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디지털산업단지 구축에는 현재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구미상공회의소·금오공대·경북테크노파크·한국섬유개발연구원·구미테크노파크(추진중)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구미국가산단에는 특히 지난 92년 1200억원을 들여 설립한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증기와 전기에너지가 필요한 입주업체들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 산단의 생산활동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올해 안으로 입주기업협의회와 지원기관협의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업혁신지원센터가 설립되면 앞으로 입주업체들은 연구개발과 판로개척 및 확대, 경영지도, 기술이전, 자금공급 등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