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병(出兵)이다. 그야말로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우리나라 비동기식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장비시장을 겨냥, 국내외 유명 통신장비업체들이 출사표를 속속 던지고 있다. 한국 이동통신 미래시장을 좌우할 첫 단추를 꿴다는 점에서 각 장비제조업체들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최근 비동기식 IMT2000(WCDMA)사업자인 KT아이컴(대표 조영주)이 장비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 신청서 접수를 시작한 데다 SKIMT(대표 강용수)도 오는 7, 8월 장비 관련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실시할 태세다. 연간 3조∼4조원 규모의 한국 IMT2000 장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이동통신서비스 및 장비산업의 세대전환(2세대→2.5세대→3세대)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통신장비업체들은 이동통신 시스템 공급권을 수주할 경우 단말기 시장공략도 한결 수월해진다는 점을 각인하는 모습이다.
◇현황=KT아이컴 WCDMA 장비 수주경쟁에는 국내업체인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머큐리,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와 모토로라 등 7개 업체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프랑스 알카텔과 일본 NEC가 KT아이컴에 참가 의향서를 제출함으로써 총 9개 업체가 경쟁구도를 형성한 상태다.
특히 머큐리-노텔네트웍스-소프트텔레웨어, 노키아-삼우통신공업, 알카텔-한화/정보통신, 모토로라-지멘스(독일), 에릭슨-이스텔시스템즈, NEC-기산텔레콤 등의 형태로 협력관계가 형성돼 주목된다. 이 중에서 한국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은 해외 유명 업체들은 시장잠식을 우려하는 국내 산업계 및 소비자들의 거부감(정서)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협력구도에 따라 비동기 IMT2000 장비공급권 수주경쟁에 얼굴을 내민 업체들은 총 16개로 불어났다.
우선 KT아이컴은 29일까지 각 장비업체들의 구매요청서(RFP : Request For Purchase)를 마감하고 6월부터 서류평가 및 선정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에 진행되는 RFP의 대상품목은 비동기식 IMT2000을 구현할 핵심 장비인 교환기(IMX), 패킷교환장치(SGSN), 패킷망교환장치(GGSN), 기지국(Node B), 기지국제어기(RNC), 가입자위치등록기(HLR) 등이다.
KT아이컴이 책정한 1차 장비구매예산은 약 1000억원이며 추후 장비업체들과 상세설계회의(CDR : Critical Design Review) 및 가격협상이 이어진다. 이후 SKIMT의 장비업체 선정작업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경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T아이컴과 SKIMT는 네트워크 운영 최적화를 위해 장비 공급업체를 2, 3개로 한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통신장비산업계 맹주들의 기술경쟁과 로비전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장비수주전에서 에릭슨, 노텔네트웍스(머큐리), 노키아가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3사가 전세계 3세대 이동통신 장비 수주경쟁에서 위력을 발휘해온 데다 모토로라,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알카텔 등이 상대적으로 비동기 솔루션에서 약세라는 이유에서다.표2·3참조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국내 2세대 디지털 이동전화(IS95A/B) 및 2.5세대 이동전화(cdma2000 1x) 시스템 시장에서 사업경험을 다진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모토로라가 버티고 있는 데다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NEC의 수주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통신장비업체가 국내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이채롭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도전=WCDMA 시스템 장비사업은 삼성과 LG에 새로운 도전이다. 동기식 2세대 이동전화 시스템 및 단말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WCDMA는 처녀지다.
LG전자(대표 구자홍 http://www.lge.com)는 자사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출 것으로 자신한다. 지난 97년부터 비동기식 장비개발 전담조직을 발족, 99년 6월 144Kbps급 비동기 시험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2세대와 3세대간 연동이 가능한 핵심망과 영상소자를 개발했다. 또한 지난해 말 비동기식 이동통신 본고장인 유럽(이탈리아 마르코니모바일)에 기지국 및 기지국제어기 관련기술을 수출했으며, 올초 384Kbps급 비동기식 핵심 장비를 시연함으로써 자신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www.sec.co.kr)도 지난 97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비동기식 IMT2000 연구개발에 참여, 상용장비를 개발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8027억원을 정보통신 연구개발에 투자, 올 연말까지 연구개발인력을 3700명 수준으로 확충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해외 유명업체들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어 KT아이컴 및 SKIMT 장비 수주전에서 열매를 딸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의미와 전망=“비동기 IMT2000 장비발주를 시작함으로써 전세계 3세대 이동통신 연기(일본 NTT도코모, 스페인 에어텔 등)에 따른 파장을 잠재우게 됐다”는 게 KT아이컴의 주장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국산장비 개발현황, 2세대 및 2.5세대 투자분 회수기간 등에 비춰 3세대 서비스가 너무 급박한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IMT2000서비스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KT아이컴이 장비공급업체 선정작업을 시작함으로써 통신장비업체들의 투자와 기술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아시아 이동통신산업계의 맹주인 한국에서 비동기식 장비기술 및 공급능력을 검증받게 됐다는 점에서 수주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즉 일본은 NTT도코모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3세대 이동통신방식인
‘FOMA’를 내세우고 있으며, 중국은 이제 막 기지개를 펴는 시장인 것이다.
더구나 한국 3세대 이동통신 장비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함으로써 무한한 시장잠재력을 지닌 중국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되리라는 예측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국내에서 IMT2000서비스가 2002년부터 본격화된 후 2010년까지 생산유발 48조5700억원, 부가가치유발 31조1300억원, 고용창출 55만4000여명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같은 기간 동안 직간접적인 생산유발효과 37조9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1조3400억원, 고용창출효과 42만3500여명으로 추정했다.
또한 무선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됨으로써 콘텐츠 산업이 동반 성장함과 동시에 IMT2000을 중심으로 유무선 통신 통합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통신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가 일어나고, 관련 장비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KT아이컴의 비동기식 IMT2000 장비발주를 기점으로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전폭적인 혁신이 시작된 셈이다. 과연 누가 비동기 IMT2000 장비 수주경쟁에서 승자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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