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Music]휴머니스트

폭력장면이 난무해도 아름다운 영화가 있다.

 그러나 영화 ‘휴머니스트’는 스스로 아름답기를 철저히 거부한다.

 12일 전국 주요 극장에서 동시 개봉되는 휴머니스트는 예사롭지 않은 경력을 소유한 이무영 감독의 첫 데뷔작이자 상업성을 살짝 비켜가면서도 신 문화조류인 극단적인 ‘엽기’를 다루고 있다.

 마니아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94년 박한상군의 패륜 살인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극악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전혀 뉘우침이 없는 악동 3인조의 납치극을 잔혹 코미디로 풀어낸다.

 화면 가득한 ‘엽기’ 폭력은 우리영화 ‘자카르타’ ‘하면된다’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잔혹도는 그 이상이다. 인본주의자, 인문주의자를 뜻하는 ‘휴머니스트’는 그 어디서도 인본주의의 향을 찾아볼 수 없으며 악취가 진동한다는 역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군장성 출신 졸부 아들인 마태오(안재모)는 고급차를 타며 화려한 생활을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타서 사는 게 싫다.

 우연히 경관을 죽인 그는 목격자 동료경찰이 요구한 2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아버지 납치계획을 세운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결국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인간내면에 존재하는 악이 우연히 구체화되고 또 다른 악을 낳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는 내용은 관람객에게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동시에 깨끗한 척 깔끔을 떨지만 속으론 곪아터지고 악취를 내는 현대인을 조롱하고 있다.

 이무영 감독이 직접 선곡한 영화음악은 이 영화가 제공하는 최대이자 유일한 휴머니즘이다.

 고 최무룡의 ‘외나무 다리’에서 이어부 밴드의 ‘밭 가는 돼지’, 닉 케이브 앤더 배드시즈의 ‘죽음이 끝이 아니다’에 이르기까지 트로트, 팝, 랩을 아우르고 있다.

 근래 우리영화 최고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절묘한 선곡을 이루고 있다.

 작품내용 못지 않게 이무영 감독의 화려한 경력과 이력도 다른 신인 감독과 달리 이 작품에 큰 관심을 끌게 한다.

 그는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다.

 삼인조를 비롯해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 공동경비구역JSA 등 우리영화사에 남을 수작들이 그의 작품이거나 공동 집필한 것이다.

 미국 뉴저지 주립대를 졸업한 이무영 감독은 유명한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영화도 알고, 음악도 알고, 대중의 심리도 아는, 감독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그는 실제 이번 작품에서 감독은 물론 각본, 출연, 음악 등 1인 4역을 소화해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