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전자전산학과 김종환교수.(johkim@vivaldi.kaist.ac.kr)
대망의 2002월드컵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행사가 아니라 개최국가 경제, 과학, 문화적 역량을 남김없이 과시하는 장으로 격상된 지 오래다.
유례없이 두 나라가 공동개최하는 이번 2002 월드컵행사는 처음부터 한일 양국의 경쟁구도로 관심을 끌어왔다.
이에 따라 한국 축구팀의 선전 이외에도 각종 문화, 과학 이벤트 분야에서도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선의의 대결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필자가 속한 세계로봇축구연맹(FIRA)도 내년 월드컵행사를 앞두고 국내 월드컵경기 개최도시에서 세계 로봇축구대회를 펼칠 예정이다.
로봇축구는 그동안 FIRA 세계대회에서 한국팀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방송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됐으며 외국의 공과대학, 로봇마니아층에도 널리 알려진 신종 축구게임이다.
이러한 로봇축구가 처음 시작된 지 벌써 6년째로 오는 8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6회 세계대회가 열린다.
로봇축구는 로봇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즐기는 로봇문화를 창출하고 학생들의 기술축적에 기본이 된다. 로봇축구를 배우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통합기술을 익혀 생활로봇과 같은 차세대 지능형 로봇시장 형성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로봇축구의 진정한 가치는 운동장에서 뛰는 축구게임 이외에 한 나라 로봇기술의 단면을 과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 우리가 로봇축구대회를 기획할 때만 해도 로봇왕국 일본의 관계자들은 코웃음쳤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성과를 거두자 일본도 유사한 로봇축구리그를 연속 개최해 현재 세계 로봇축구계는 한일 양국이 치열한 세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로봇축구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여러 세계대회를 이끌어왔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로봇축구계의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면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우선 일본의 로봇축구는 소니, NEC 등 대기업의 기술지원하에 바퀴식 구동이 아닌 두 발로 걷는 이족보행(바이페드)로봇이 축구공을 직접 차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현재 보행로봇분야의 국내기술은 뒤떨어져 있어 아직 국내 축구로봇은 바퀴로 움직이는 마우스로봇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은 세계대회를 위해 외국 축구로봇팀을 초청할 때도 여비 전액부담 및 로봇개발까지 지원하면서 일본 로봇축구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내년도 월드컵 개막식에서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이 걸어나와 축구공을 시축하는 이벤트까지 준비중이라고 한다.
전세계 수십억 시청자가 쳐다보는 월드컵 개막식 행사에서 일본이 자국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인간형 축구로봇으로 환호성을 받는 장면을 상상하면 한국의 로봇기술자로서 잠이 안올 지경이다.
현재 FIRA는 내년 6월께 월드컵을 개최하는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도시에서 대규모 세계 로봇축구 예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의 로봇축구팀이 참여할 내년도 FIRA컵 로봇축구대회는 규모와 내실을 더욱 키워 공동개최국 일본의 축구로봇에 뒤지지 않도록 치르는 것이 국내 로봇업계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지난 88올림픽때 우리의 전통문화를 세계인에게 맘껏 선보였다면 21세기를 맞아 개최되는 FIFA 월드컵 2002에는 과학선진국으로 한국의 과학기술력도 한껏 보여줘야 한다.
세계인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될 2002년, 또 하나의 월드컵인 로봇축구분야에서 한국팀이 선전하도록 온국민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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