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에서 배운다>(15)시스코-빠른 의사결정

세계적인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 시스코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미국 신경제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매출부진과 주가하락으로 시스코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임직원의 횡령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모럴해저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시스코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정보기술(IT) 관계자들이 시스코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84년 무명 벤처기업에서 출발한 시스코가 오늘날 세계 네트워크산업을 선도하는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요인과 성장엔진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매출부진과 주가하락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비관하지도 않고 또 근거없는 낙관론을 제시하지도 않으며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인원감축’과 ‘CEO 연봉 1달러’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난국타개를 위한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신뢰를 받고 있는 이유다.

 최근 IT산업의 침체여파로 시스코의 위상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스코는 미국 기업 최대의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86년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사실상 거의 모든 시장에서 1∼2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세계시장 리더로 성장해 왔고 90년 기업공개 이후 연간 매출은 90년 6900만달러에서 2000년 189억달러로 급성장해 기업가치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군으로 도약했다.

 회사 설립 이후 십수년 만에 일개 벤처기업에서 세계적인 네트워크장비 업체로 성장한 시스코의 성공비결로 인터넷과 기술력, 빠른 의사 결정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인터넷은 시스코를 끊임없이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시스코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스코는 인터넷을 내부 업무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으로도 적극 활용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내부의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 이를 통해 연간 약 14억달러 정도의 경비를 절감하고 있다. 이같은 경비절감 규모는 시스코가 성장할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또 고객과의 접점으로 인터넷을 활용해 CCO(Cisco Connection Online)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고객들로부터 들어오는 서비스 문의의 85%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일일 거래 규모는 대략 25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시스코는 인터넷을 완벽하게 활용하고 여러 방면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결과 1인당 생산성이 업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54만700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시스코는 적극적인 인터넷의 활용과 함께 남보다 먼저 시장을 읽고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신기술을 신속히 받아들이는 체제에 의해 회사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 회사설립 이후 그리 길지 않은 시간만에 세계 네트워크 시장을 석권하고 더 나아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경쟁회사보다 빠른 제품 개발과 활발한 기술 개발(R&D), 인수 개발(A&D), 적절한 마케팅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R&D 현황을 살펴보면 2000년 회계연도(1999년 8월부터 2000년 7월)에 27억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해의 16.6억달러 지출과 비교할 때 무려 62.6%가 증가한 것이다.

 시스코는 또 A&D를 통해 최근 2년 동안 원천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 기업들을 위주로 40개 회사를 인수 합병(M&A)했다.

 이같은 A&D를 통해 현재 하이엔드 라우터를 비롯해 미드레인지 라우터, 랜, 기가바이트 스위치, VPN, ATM, VoIP, 차세대 DSL 등 19개의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최상의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시스코의 A&D전략 가운데 한가지 눈여겨볼 점은 변화무쌍한 시대에 혼자의 힘만으로 고객의 요구를 다 충족시킨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자사에 없는 기술과 인재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이를 활용해 자사 브랜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기술력, 빠른 의사 결정을 기반으로 성장기반을 구축해온 시스코는 이제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대기업과 서비스 공급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해온 것에서 벗어나 가정 제품의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지금까지는 데이터 장비의 개발에 주력해 왔으나 앞으로는 전화 등의 음성통신과의 융합을 지향하고 있다. 이와 함께 A&D로 인재와 기술을 확보해 온 것에서 탈피해 앞으로는 대기업과의 제휴를 비롯한 파트너십으로 새로운 분야

에 대한 진입과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시스코는 특히 무선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무선네트워크 사업 강화를 위해 20개 이상의 관련 업체들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인 시스코는 그동안 북미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을 주로 M&A해 왔으나 앞으로 유럽과 아시아, 남미지역에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M&A에 나설 계획이다.

 경기침체의 여파 등으로 시스코도 다른 IT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인원감축’과 ‘사업구조조정’이라는 진통을 겪고 있다. 더욱이 갈수록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제 아무리 세계적 기업인 시스코라고 해도 지속적인 성장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벤처 성공신화의 한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시스코가 그동안의 성장기반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