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의 취임 이후 행보를 지켜보노라면 세계 속의 국내 IT산업의 달리진 위상을 새삼 느끼게 된다.
취임 40여일째를 맞고 있는 양 장관의 행보는 외교통상부 장관 이상이다.
지난달 14일부터 20일까지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몽골을 찾은 데 이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입찰이 진행된 중국을 방문, 주룽지 총리 및 중국 IT 고위관계자 등을 잇따라 면담했다.
26일에는 다시 9일간의 일정으로 시스템통합(SI)업체와 벤처기업으로 구성된 IT사절단을 이끌고 인도와 사우디를 방문, 이들 국가와 국내 IT산업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 방문에서는 당초의 통신장관회담 외에도 사우디 측의 요청에 따라 국왕·왕세자 및 제1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을 예방하는 기회를 가졌다.
양 장관은 8월에는 IT홍보사절단을 이끌고 중남미를 순방하게 되며 6월 중에는 전세계 한국벤처네트워크를 지원하기 위해 보스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양 장관 이전에도 정통부의 세일즈 차원의 해외 순방은 타 부처를 압도했고 외교 사절 및 해외 유수기업 CEO들의 장관실 예방이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 IT산업의 위상을 대변하고 있다. 양 장관의 해외 행보를 단순히 예방·면담·회담 등 형식적 미사여구에 한정해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보화 및 IT산업 위상에 대한 세계 각 국의 평가를 전제로 한다면 양 장관의 해외 순방은 평가절하할 성질이 아니다. 특히 세계화 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국내 IT기업의 움직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두 차례에 걸친 양 장관의 이번 순방에서 국내 IT기업들은 정부 측의 세일즈 외교 덕택에 해당국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과 자연스럽게 대면할 수 있었음은 물론 이들과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효과도 거뒀다. 국내 IT산업의 해외 마케팅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제는 이의 시스템적 연결이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방문해 성공시킨 세일즈 외교를 조직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 정부의 정보화 및 IT정책, 국내 통신사업자의 선진 통신서비스, 통신장비업체의 국제 경쟁력, 벤처기업의 아이디어 및 기술 등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것이 단발 사안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정부-통신사업자-대기업-벤처기업-종합상사를 모두 연계한 IT 세계화정책이 이른 시일 내 만들어져야 하고 국내 IT기술을 전파할 수 있는 정보통신 주재관이 세계 각지에 파견돼야 한다.
IT 세계화를 위한 시스템적 대책이 정통부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지 않는 한 한국의 IT산업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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