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특약=iBiztoday.com】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가 최근 급격한 판매 둔화로 무려 25억달러를 웃도는 막대한 물량의 재고 처리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시스코는 불과 1년 전 인터넷 열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만 해도 고객들의 주문이 쏟아져 들어와도 네트워크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고역을 치렀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자 고가의 반도체와 회로기판 등 각종 부품 재고를 처분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새너제이 소재의 시스코는 이러한 재고 물량만 해도 25억달러어치가 넘지만 내년까지 이들을 제값 받고 판매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 주 초대형 결손 처분 계획을 발표해 월가를 경악케 했다. 원자재 80%와 반제품 20%로 짜여진 이 엄청난 물량의 재고는 시스코의 미래에 검은 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게다가 결손 처분 후에도 16억달러 규모의 재고가 여전히 남는다는 사실도 시스코와 이 회사의 공급회사들에 어두운 앞날을 예고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스코에 광통신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JDS 유니페이스의 토니 뮐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악의 구조적인 문제가 서서히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며 “재고가 늘어나면 시스코는 당장 부품 구입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스코 존 체임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눈부신 매출 성장을 이룩할 때에는 주문 납기를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며 “당시 부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시스코의 매출은 5%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시스코는 이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부품을 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부품 공급을 보장받기 위해 공급 업체들과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시스코가 이러한 구매 계약들로 판로를 더욱 넓혀야 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시스코의 주요 고객사들이 급격하게 무너져 버리는 최악의 사태
가 발생했다.
지난 90년대 시스코의 주요 수요자는 기존 전화 업체들에 야심만만하게 도전하던 신생 전화회사들이었다. 이 신생업체들은 갑자기 투자자금이 고갈돼 일부 업체들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시스코는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1일 매출액이 지속적인 약세를 기록하면서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분석가들은 시스코의 올해 전체 매출도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또 장기 구매 계약으로 인해 시스코에 약 15억달러의 재고 결손 처분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브리엘김기자 gabrielkim@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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