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와 반도체 재고 부담으로 통신용 칩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매출이나 이익, 주가 등 모든 면에서 네트워크 장비 회사들이 재고로 몸살을 앓으면서 커다란 피해를 입고 있다.
반도체업계의 풍향계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최근 지난해 3월14일의 역대 최고치인 1362.10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반도체 업체들 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부문은 라우터와 교환장비·광통신 장비·휴대폰 등에 쓰이는 통신용 칩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 부문 1위인 시스코시스템스를 비롯해 LSI 로직·브로드컴·텍사스인스트루먼트·PMC시에라·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키츠·비테스 세마이컨덕터·RF 마이크로 디바이시즈 등 대형 네트워크장비 업체들이다.
이들 반도체 업체들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이들 재고 가치를 낮추거나 반도체 공급업체로부터 칩을 새로 주문하기 전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반도체를 처리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마저도 일본 메모리칩 제조업체들의 급부상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지난 85년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꼽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최근의 경기 침체는 네트워크장비 회사들의 지나친 과잉 주문에다 유럽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미국 경기 둔화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텔 등 일부 업체들은 최근 경기 침체가 곧 바닥을 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통신 칩 메이커들의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고 흐린 상태다.
브로드컴의 헨리 니컬러스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해 “이번 4·4분기에는 적자가 예상된다”며 “올해 말쯤에야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채비를 갖춰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세계 최대의 휴대폰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대부분 업체들은 경기가 불투명해 회복 조짐을 제대로 내다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토머스 엔지보스 CEO는 “올해 남은 기간 칩 수요가 매우 불확실하다”며 “2주 전 1·4 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에도 특별한 수요의 변화나 상황의 호전 등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기 둔화 이상으로 통신 칩 업체들에 커다란 타격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엄청난 재고 부담이다. 시스코는 최근 재고처리를 위해 25억달러에 달하는 재고품을 대손 상각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광통신 부품 메이커 JDS 유니페이스도 통신 업체들의 지출 격감으로 인한 대규모 재고 부담으로 지난 분기 13억달러의 적자를 낸 뒤 전체 인력의 20%인 5000명을 감원하기로 했
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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