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디지털 꾸러기들 "신나는 우리들 세상"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냇물아 달려라 푸른 벌판을/오월은 푸르구나/우리들은 자란다/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5일 ‘우리들 세상’을 맞은 어린이들은 마냥 즐겁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맘껏 뛰어놀 수 있고 그동안 갖고 싶었던 선물도 당당히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맘때쯤 되면 늘 고민에 빠진다. 어떤 선물을 해주면 아이들이 좋아할까. 내 아이가 평생 마음 속에 담아 둘 특별 이벤트는 없을까.

 더욱이 푸른하늘과 벌판보다는 TV와 인터넷에 친숙한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선물이나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디지털 키드로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뭐니뭐니 해도 게임이다. 다행스럽게 최근들어 폭력성이 없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순화에도 도움이 될 만한 게임들이 잇따라 쏟아져 부모들이 고민을 덜 수 있다.

 이미 초등학생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하얀마음백구’는 게임진행 방식이나 그래픽, 내용 측면에서 아동용 게임으로 100점을 받을 만한 수작이다. SBS TV를 통해 방영됐던 동명의 만화 영화를 소재로 개발된 이 작품은 우리나라 토종 진돗개인 백구가 옛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이 주된 스토리다. 무엇보다도 스타크래프트류의 폭력성과는 거리가 멀다. 주인공 백구는 물론 게임 속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조차도 귀엽다는 느낌이 든다. 꽃이 만발한 들판, 탄광, 기차, 항구, 놀이동산 등과 같은 배경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화려하고 예쁘다.

 주인공 캐릭터의 움직임을 따라 진행되는 이 게임은 상하좌우 네방향 키, 점프, 무기발사 등 총 6개의 키보드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 컴퓨터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백구의 고향인 진도까지 찾아가는 여정을 10개의 스테이지로 구분했으며 스테이지마다 3종의 게임을 끝내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아케이드 슈팅게임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가족이 모여 한판승부를 벌일 수 있는 게임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주인공 짱구를 소재로 한 아케이드 게임 ‘짱구는 못말려4’ ‘디지몬 보물섬’ ‘양들은 못말려’ ‘카오팡팡’ 등도 최근 출시된 아동용 게임 중에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다.

 집안에 인터넷이 연결돼 있다면 최근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게임 ‘스톤에이지’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아동용 온라인게임 1호로 여겨지는 스톤에이지는 싸움이 목적인 기존의 온라인게임과는 석기시대 원시인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온라인 RPG다. 마우스 클릭과 몇개의 명령키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 그다지 복잡하지 않으며 게임 도중에 채팅창을 통해 상대 게이머와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용산 등지에서 두달 무료이용권이 포함된 게임CD를 구입하면 된다.

 비디오도 어린이날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선물로 더없이 좋다.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애니메이션, 어린이와 동물의 우정을 그린 영화, 맑은 동심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최근에 출시된 ‘빅베어’는 오랜 만에 출시된 아동용 모험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스튜어트 래필 감독의 작품으로 거대한 곰 그리즐리와 외톨이로 자란 소년 해리의 우정이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탐험가인 아버지와 사냥꾼들이 그리즐리의 새끼를 잡아가자 그리즐리는 해리를 인질로 잡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화면 가득 넘치는 장쾌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늑대, 살쾡이 등 갖가지 동물이 등장해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특별한 이벤트를 즐기려면 공연장을 찾으면 된다. 어린이날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공연장에서 아동을 위한 특별공연이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 그 중 ‘빨간도깨비’는 동심 가득한 어린이뮤지컬이어서 관심을 끈다. LG아트센터에서 12일까지 공연되는 ‘빨간도깨비’는 일본 그림자인형극단 쓰노부에의 작품을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한 그림자뮤지컬. 캐릭터 인형들이 등장해 ‘빨간 도깨비’와 ‘아기돼지의 행진곡’ 등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로 3m, 가로 14m의 초대형 스크린에 비쳐지는 생생한 캐릭터 인형들의 퍼레이드는 어린이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극과 별도로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도 곁들여진다. 막간에 어린이들과 동요를 부르는 시간이 마련되며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이 어린이들과 손그림자 놀이를 하며 그림자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또 어린이날에는 공연장에서 ‘도깨비 페이스 페인팅’도 열린다.

 가까운 영화관을 찾아 가족이 함께 오붓한 한때를 보낼 수 있는 영화도 많다. 특히 5일 단성사 등을 비롯해 전국 40개 극장에서 개봉하는 ‘더 킹’은 놓치기 아까운 작품. 성서에 나오는 다윗왕의 전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과 맞서 당당히 이긴 소년 다윗이 장수로 성장해 이스라엘 왕으로 우뚝서기까지의 고난과 역경을 그렸다.

 다윗을 왕으로 추대하는 병사들이 합창하는 ‘우리는 400명의 용사’는 뮤지컬의 웅장한 색채까지 더해준다. 악을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인 사울왕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진 것도 마니아로부터 높이 평가받았다. 종교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종교적 색채가 짙지 않고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관객까지 끌어들일 만큼 구성이 탄탄하고 작품성이 뛰어나다.

 투니파크와 미 하이프레이즈사가 무려 43억원을 투자해 공동제작해 화제가 된 이 작품은 리처드 김과 이충영씨가 공동감독을 맡았다. 에미상을 수상한 앨릭스 윌킨슨과 마이클 가이슬러의 음악도 감상 포인트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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