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ome]작은 생각들이 모여 세상을 바꿨습니다

 100년 전으로 거슬러가 보자.

 당시 집은 단순 주거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하루의 힘든 노동을 마치고 내일을 위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는 곳. 겨울의 매서운 추위나 한여름의 장마를 피할 수 있는 피난처였다. 대부분의 놀이문화는 넓다란 마당이나 마을 공동공간에서, 교육은 서당에서 이뤄졌다. 호롱불로 불을 밝힌 밤은 낮에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새끼 꼬기, 어머니는 옷손질, 그리고 형제·오누이와의 대화가 전부였지 않을까.

 오늘날의 집은 교육·놀이·엔터테인먼트·사교 등이 모두 이뤄지는 장소다. TV나 라디오 등 단방향 정보기기가 50여년 동안 가정에 즐거움을 전달해왔다면 이제는 PC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교육·놀이·사교 등이 가능해졌다. 이제 PC는 가정 내 모든 전자기기를 연결해 더욱 풍요로운 삶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연결점이 되고 있다.

 가정 내 모든 전자기기가 하나로 연결되고 이 모든 것이 다시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e홈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e홈은 인류가 100여년간 노력해온 정보기술 개발의 결과물이다. e홈에는 컴퓨터·통신·멀티미디어 등으로 대변되는 모든 정보기술(IT)이 녹아 있다. 탄생 당시에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IC의 탄생=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라는 반도체 회사에 다니고 있던 잭 킬비는 지난 58년 반도체 집적회로(IC)라는 새로운 소자를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라디오나 TV 등의 전자신호를 처리하는 데는 진공관이라는 소자가 사용됐다. 진공관은 전자신호를 전달하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훌룡하게 해왔지만 너무 크고 가격도 비싼 것이 흠이었다. 잭 킬비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전자소자에 대해 고민하다가 여러 논문을 참조하고 많은 실패를 경험한 후 IC를 개발하게 됐다.

 반도체 IC는 그후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면서 전자제품의 고기능화·소형화·대중화를 주도했다. 제품군도 기록소자인 메모리부터 사람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수치 계산에 특화된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빛·소리·압력 등 자연의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 주거나 전기신호를 인간의 감각에 맞게 변환해주는 아날로그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수십만종이 사용되고 있다.

 IC의 역사는 모든 전자기기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인류 최초의 오픈 아키텍처 PC=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사인 IBM은 지난 70년대 말 애플컴퓨터란 회사에게 자존심을 크게 상했다. 기업이나 정부 등에 대형 컴퓨터를 공급, 세계 컴퓨터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70년대 말 애플컴퓨터가 먼저 개인용 컴퓨터를 선보이면서 모든 이목이 이 회사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IBM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D램으로 유명해진 반도체업체 인텔과 당시 가능성 있는 기술회사이던 마이크로소프트사에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운용체계(OS)를 개발해 81년 선보인 것이 ‘IBM PC’였다.

 IBM에서 처음 개발한 PC에는 인텔의 ‘8088’이라는 모델의 CPU를 사용하고 도스라는 OS를 적용했으나 하드디스크가 없어 불편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1년 반 뒤 IBM은 이를 개선한 XT라는 제품을 선보여 PC의 대중화 시대를 개막했다.

 84년 IBM은 XT를 개선한 AT 기종을 선보였으며 이후에는 386 PC·486 PC·펜티엄·펜티엄Ⅱ·펜티엄Ⅲ·펜티엄4 기종에 이르고 있다. PC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PC를 생각해낸 것은 IBM이지만 다른 제조업체들도 PC를 만들어내면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지금은 회사 가치도 IBM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PC의 처리속도는 첫모델과 비교해 3000배 가까이 향상됐다.

 PC의 탄생은 그동안 일방적인 정보 획득에만 익숙하던 소비자들에게 상호작용(인터액티브)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열어줬다. 마치 TV가 라디오 기능까지 구현할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은 PC에다 원하는 기능을 새로 얹을 수 있게 됐으며 하드디스크·모니터·프린터 등 주변기기의 기술 발달도 이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아직 PC의 장점이 다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과 홈네트워킹의 탄생은 PC를 더욱 풍요로운 만능기기로 재탄생시켰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없앤 인터넷=지난 69년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에 재직 중인 렌 클라인록 교수는 호기심 차원의 한 실험을 진행했다. PC가 아직 탄생하지도 않던 이 시기에 렌 교수는 덩치 큰 컴퓨터 앞에 학생들과 앉아 ‘LOG’라는 글자를 치고 이를 스탠퍼드대학교의 컴퓨터로 전달했다. 이 시험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것이 21세기 최대 발명으로 꼽히는 인터넷의 시발점이 됐다.

 인터넷은 초기 미 국방부의 한 통신망에 불과했으나 90년대 들어 대중화의 길로 접어든다. 91년 팀 버너스 리가 월드와이드웹(WWW)을 제안하고 92년 NCSA 학생들이 개발한 웹브라우저 모자이크를 거쳐 93년 마크 앤드리슨에 의해 넷스케이

프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 것은 데이터통신 기술의 발전. 90년대 초반만 해도 1200bps에 그치던 데이터통신 속도는 그후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거듭하면서 지난 97년 56Kbps 제품까지 소개됐다. 97년 이후 디지털가입자회선(DSL) 기술이 소개되면서 현재는 8Mbps까지 가능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제품까지 선보였다. 초기 속도에 비해 무려 7000배나 빨라진 셈. 인터넷은 모든 PC를 하나의 망으로 연결시켰으며 놀이·문화·업무를 동일공간으로 이끌어냈다. PC 사용자가 정보 수용자뿐 아니라 정보 제공자 역할도 수행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PC를 켜는 순간 수억명의 사람들과 인터넷을 매개로 연결되고 있다.

 ◇모든 정보기기를 연결한다=인터넷이 PC를 동일공간으로 이끌어냈다면 홈네트워킹은 가정 내 모든 정보기기를 묶어낸다. 가정 내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이를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으로 연결해주는 역할도 수행하는 것이다. 홈네트워킹은 e홈을 이끌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정 어디서나 전자기기를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게 됐으며 더 나아가 인터넷과 연결해 정보기기의 더 풍요로운 이용도 가능해진다.

 홈네트워킹 기술은 전화선을 이용하는 홈PNA 기술과 전력선을 이용하는 전력선 통신(PLC), 그리고 무선통신 기술인 홈RF나 블루투스 등이 표준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은 이미 상용화된 홈PNA. 그러나 최후의 승자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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