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를 맞는 주부 서모씨(32). 동갑내기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 서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급날이 되면 정신이 없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거래를 터온 은행과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월급이 이체되는 은행, 게다가 남편의 월급이 이체되는 은행이 모두 제각각이다. 거기다 결혼하면서 직장인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며 거래를 시작한 은행과 주택청약부금을 붓고 있는 통장까지 합하면 총 5개의 은행과 거래를 해야 한다. 연결계좌를 만들긴 했으나 적금통장·이자지불통장까지 합하면 통장이 무려 8개에 이른다.
뿐만이 아니다. 요령껏 쓴다고는 하지만 발급받은 카드 중 은행에서 발급한 카드가 아닌 신용카드를 이용해 대출서비스를 받을 요량이면 은행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은행계 카드는 결제은행계좌로 서비스이체가 바로 되지만 카드사에서 독자발급한 신용카드는 일반 ATM기에서조차 결제계좌이체서비스가 안된다. 현금으로 돈을 서비스받아 다시 통장에 넣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제일을 월초로 분산시켜 놓더라도 월급날부터 다음달초까지는 가계금융에 관련된 업무를 혹시 놓치게 될까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었다. 실제 어떨 때는 통장간 현금이체와 카드서비스를 놓쳐 연체료를 무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서씨는 요즘들어 몇분만에 앉은 자리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얼마전부터 전화를 이용한 계좌이체서비스를 이용해 오던 서씨는 아예 주거래은행과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서씨와 같은 상황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특히 일인당 소지한 신용카드가 서너개 이상인 요즘 상황에서 개인이나 가정의 금융서비스 이용은 이용금액과 관계없이 매우 복잡하다. 예전같았으면 월급날을 전후해 거래하는 모든 통장을 들고 아예 동네나 직장 근처의 은행이란 은행을 한바퀴 도는 이들의 모습은 비일비재했으나 이제는 드문 모습이다.
가끔 통장정리를 위한 목적으로 은행에 들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나마 이제는 은행에서 아예 ‘사이버전용통장’상품을 출시해 이마저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사이버전용통장은 그야말로 온라인에서만 거래하는 것으로 발급 당시 실명만 확인할 뿐, 물리적인 통장을 발급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통장발급이 없으니 통장정리가 아예 필요없는 것은 물론이다. 모든 것을 인터넷에서 처리하게 된다.
고객이 금융권을 직접 찾을 필요가 없는 사이버금융은 이제 걸어다니는 금융서비스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일명 모바일뱅킹. 모바일뱅킹은 물리적인 은행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움직이는 환경이거나 데스크톱PC가 없는 곳이라 해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계좌이체를 하거나 카드결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모바일뱅킹의 대표적인 업무는 계좌이체다. 그러나 현재 15개 은행에서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뱅킹서비스는 보안상의 이유나 휴대폰 사용의 어려움으로 계좌조회서비스 제공 수준에 그치고 있다. 모바일뱅킹의 계좌이체는 타은행으로 계좌이체와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쇼핑몰에서 물품을 구입한 후 대금결제를 직접 처리하는, 즉 은행과 쇼핑몰사업자간 서비스 두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두 서비스 모두 보안상의 이유와 단말기 조작의 불편함 때문에 아직까지는 금융권에서도 적극 홍보하지 않고 있으며 고객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은행들과 무선네트워크를 보유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고객서비스 이용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춰 m커머스 인프라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빛은행의 경우 지난해 캐나다의 뱅킹솔루션 전문기업과 업무계약을 체결, 안정적인 계좌이체서비스를 위한 솔루션 개발을 진행중이며, 조흥은행의 경우 일반사용자보다는 기업고객을 겨냥해 기업 업무에 휴대폰과 별도의 단말기를 이용한 금융모바일뱅킹서비스 제공을 추진중이다.
카드사들도 모바일금융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현재 고객의 휴대폰으로 청구내역이나 이용내역을 문자서비스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서비스를 다양화할 예정이다.
우선 카드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휴대폰으로 결제내용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서비스는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 승인을 요청할 때 그 내용이 휴대폰으로 전달되는 것으로서, 카드를 분실했을 경우 본인 카드가 다른 곳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카드번호가 도용되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 이같은 서비스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사업자들은 전망한다.
또 모바일뱅킹처럼 보통 은행의 ATM기에서 사용하거나 전화·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는 현금서비스를 휴대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와 이동통신사가 협력, 휴대폰에 카드현금서비스나 대출코너를 만들고 고객은 휴대폰으로 대출서비스를 신청해 거래하고 있는 자신의 은행계좌로 송금을 신청하면 된다. 특히 독자 신용카드사들은 제휴은행에서만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불편을 덜게 되고, 자사 홈페이지 사용에 따른 시스템 부하를 줄일 수 있어 고객서비스를 보다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모바일뱅킹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된 휴대폰의 기능을 거래수단으로 변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단순히 이동 중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통신수단의 기능으로 시작된 휴대폰을 상거래를 발생시키는 주요 인프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휴대폰에서 사용자가 통화의 대가로 지불하는 요금 외에 ‘상품구매에 따른 대가로 화폐를 지불하는’ 상거래 발생은 무선네트워크를 보유한 통신사업자뿐만이 아닌 은행·카드 등의 오프라인금융사와 쇼핑몰사업자 등 m커머스시장에서 또다른 수익창출을 노리는 모든 진영에 중요한 임무가 됐다.
물론 주문과 결제 방식이 서비스제공자와 유선상의 통화에 의존한다는 면에선 아직까지 반쪽서비스에 머물고 있지만 빠르면 6월께 상거래 이후 결제를 휴대폰에서 직접 처리하는 ‘모바일 자동이체’가 등장할 것으로 보여 국내 m커머스시장은 다시한번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m커머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쇼핑몰이나 콘텐츠 사업자에게 고객의 사용대가를 대신 청구해 주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소액결제서비스 역시 계속 확산될 예정이어서 모바일뱅킹은 m커머스 확산과 더불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특히 데스크톱PC에서 은행업무를 이용하는 인터넷뱅킹처럼 휴대폰에서 금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증문제가 개선되거나 개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IC카드가 내장된 새로운 형태의 단말기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아 국내 모바일뱅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서울대에 LG스타일러 … LG전자 '어나더캠퍼스' 확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