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사는 회사원 허지행씨(42)는 최근 중학교 1학년생인 아들과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다. 허씨는 그동안 직장생활에 쫓겨 시간도 여의치 않았지만 막상 시간이 나더라도 아들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통분모’가 마땅치 않아 대화를 나누는 일마저 뜸했었다.
그러나 몇달전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하얀마음 백구’라는 아동용 게임을 함께 즐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게임을 계기로 부자간의 대화가 회복됐고 다른 가족까지 합세하면서 이젠 남부럽지 않을 만큼 가족적인 분위기가 정착됐다. 게임하면 그저 전자오락실밖에 알지 못했던 허씨가 게임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이영희씨(28)는 온라인 주문형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인 ‘키드비전(http://www.kidvision.co.kr)’ 덕분에 큰 걱정을 덜었다. 빠듯한 경제 사정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게 변변한 참고서나 책도 사주지 못했으나 키드비전을 통해 교육용 CD롬 타이틀, e북 등 다양한 교육용 멀티미디어를 싼값에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어 좋다”며 “특히 네크워크 대전을 통한 공동학습이 자녀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안방 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다. 예전 같으면 꿈도 꾸기 어려웠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온 가족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e홈의 시대’가 현실로 바짝 다가온 것이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인구는 지난달 기준으로 2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별 PC보급률은 72.1%에 달했으며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가구는 52.3%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더욱 흥미를 끄는 대목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장소. ‘가정’이 무려 65.9%를 차지해 회사(17.4%), PC방(11.4%), 학교(3.3%) 등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이는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PC방 등 바깥에서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이버 활동의 중심공간이 점차 안방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 목적이 ‘정보검색’에 이어 ‘게임·오락·스포츠’ 등 여가 관련 사이트의 접속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여가’에 대한 네트즌들의 욕구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사이버 레저의 최대 수요자인 청소년 사이에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온라인 게임의 열기는 중독성 등 역기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로 대단하다.
한게임, 리니지 등 국내 유명 게임사이트의 회원은 이미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네트워크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국내에서만 200만장 이상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는 등 게임문화는 기존 놀이문화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사이버 레저가 주부와 장년층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게임 업체들이 그동안 PC를 위주로 해온 마케팅에서 탈피해 ‘e홈 시장’ 공략에 혈안이 돼있다.신생 업체들뿐아니라 삼성전자, 한솔텔레컴 등 대기업들도 사이버 레저의 도래와 이에 따른 게임문화의 확산에 발맞춰 e홈 콘텐츠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안방 게임 마니아들을 붙잡기 위해 50억원을 투입해 온라인과 PC게임 개발에 나서는 한편 향후 유망한 가정용 게임으로 떠오를 ‘DVD용’ 게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 사이버 레저활동을 주도할 대표주자는 역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등 TV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비디오 콘솔, 즉 가정용 비디오 게임이라 하겠다. 가정용 게임은 종전의 게임과는 비교가 되지않을 만큼 뛰어난 화질을 자랑할 뿐 아니라 컴퓨터가 없거나 사용방법을 잘 몰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안방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어 e홈 시대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규모 또한 국내 사정과는 달리 전세계적으로는 온라인 게임과 PC 게임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등 향후 게임시장을 주도할 전망이어서 상당수 게임 개발업체들이 이 분야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방송계에서도 e스포츠를 ‘안방’에까지 전파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BS가 설립한 게임전문 위성채널 ‘겜TV’, 게임전문 케이블TV ‘온게임넷’ 등이 주도하던 게임방송 시장에 최근 MBC가 가세해 24시간 게임전문 케이블TV ‘겜비씨’를 차리고 다음달 초 개국을 앞두고 있다.
<최승철기자 rock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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