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ome]초고속 인터넷-정보 불평등 해소 1등 공신

지리산 청학동. 지명에서 풍기는 분위기로만 보면 따사로운 햇살에 매미소리 울려퍼지는 한가로운 마을 분위기가 가득할 것 같고, 댕기동자들이 서당에 모여 천자문 공부에 여념이 없을 듯 싶다.

 또 초고속인터넷은 커녕 인터넷과 컴퓨터와도 왠지 거리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쉽게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이곳에도 이미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의 대명사인 ADSL은 보급돼 있다.

 이처럼 청학동과 도서산간지역에도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지난 3월말 현재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가입자는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불과 10년전 1200bps급 모뎀을 이용해 데이터통신을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가히 격세지감이란 말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

 이미 보편화돼 있는 ADSL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기술은 1200bps급 모뎀을 이용해 데이터통신을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무려 7000배나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1200bps급 모뎀이 등장한 이후 몇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56Kbps급 모뎀이 상용화된 데 이어 지난 90년 후반기에는 최대 384Kbps의 속도가 가능하고 전화와 팩스·데이터통신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종합정보통신망(ISDN) 기술이 선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초고속인터넷을 보급·확산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디지털가입자회선(xDSL) 기술로서, 이 가운데 ADSL은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기존의 구리전화선을 이용한 가입자망 기술인 ADSL은 최대 8Mbps의 전송속도가 가능해 인터넷사용자들의 속도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면서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갔다.

 하지만 ADSL의 경우 최대 전송거리가 5.5㎞로 비교적 길긴 하지만 거리 대비 속도가 반비례한다는 약점을 갖고 있으며 향후 본격화할 인터넷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를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차세대 초고속인터넷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VDSL. VDSL은 10Mbps 이상의 전송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거리가 최대 1.5㎞로 비교적 짧다는 단점을 갖고 있지만 최대 13Mbps의 전송이 가능하고 상향 및 하향의 속도가 같아 앞으로 본격화할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VDSL은 인터넷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원격교육·고화질TV 등 대용량의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사업자들의 수익모델에도 적합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ADSL에 이은 새로운 초고속인터넷기술의 유력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VDSL은 가입자망 고도화와 국내 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고심하는 정부의 구상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VDSL은 아파트 등 주거밀집지역까지 광케이블을 끌고 와 가입자집선장비(DSLAM)와 단말장치(모뎀)를 기존의 전화선에 연결하는 기술로서 가입자망 고도화의 종착점인 FTTH(Fiber To The Home)로 진화하는 중간다리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VDSL의 국제표준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VDSL기술을 필요로 하는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VDSL이 ADSL을 대체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VDSL과 더불어 차세대 초고속인터넷기술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는 ‘광+이더넷’ 기술을 꼽을 수 있다.

 ‘광+이더넷’은 일반기업 등에서 보편화된 근거리통신망(LAN)을 아파트 등 주거밀집지역에 적용한 것으로서 100Mbps를 지원하는 UTP케이블 구내배선을 이용해 최대 100Mbps까지 가입자가 원하는 전송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대도시지역의 경우 주거형태가 아파트 중심이고 신축 아파트와 빌딩에는 UTP케이블이 대부분 포설돼 있는 만큼 ‘광+이더넷’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높은 대역을 제공할 수 있는데다 기술도 비교적 쉬워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일반 가정에서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가입자망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간망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국내 인터넷 트래픽은 ADSL 등 고속인터넷상품이 등장하면서 100일에 2배꼴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트래픽문제를 해결하고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최종사용자가 실감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망의 고도화와 함께 기간망의 고도화가 이뤄져야 한다. 또 통신서비스업체의 고속인터넷교환기 데이터처리속도도 이에 맞춰 향상돼야 한다.

 이는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구간이 많다 하더라도 톨게이트 처리용량이 부족하고, 실제 고속도로의 차선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톨게이트 진입부터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전송망은 STM1급인 155Mbps부터 622(STM4), 그리고 2.5기가(STM16) 동기식디지털계위(SDH) 장비가 주류를 이뤄왔다.

 또 이들 신호를 여러개 묶어 한번에 보내는 20기가 고밀도파장분할다중화(DWDM) 장비를 이용한 망구축사업이 일부구간에서 추진됐다.

 20기가 전송용량은 광섬유 한가닥을 이용해 50만명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대역을 요구하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감안하면 20기가 전송용량도 많다고 볼 수 없다. 전화의 경우 1인당 64Kbps의 대역을 요구하지만 ADSL은 이의 100배가 넘는 8Mbps의 대역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10기가 SDH 장비의 도입은 국내 인터넷전송용량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SDH 자체 전송용량이 기존보다 4배 향상돼 10기가 SDH 장비를 DWDM 장비에 연결해 사용할 경우 DWDM 장비의 전송용량도 4배 가까이 늘어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엔지네트워크 등 일부 국내 통신서비스업체가 도입한 320기가급 DWDM 장비가 실제로는 80기가 전송장비로 사용된 것이 사실. 그동안 국내에 10기가 SDH 장비가 도입되지 않아 2.5기가 SDH 장비가 연결돼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기가 SDH 장비가 도입됨으로써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수요에 따라 당초 보장된 DWDM 용량으로 기간망 전송용량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인터넷데이터처리를 크게 향상한 라우터나 스위치 등 차세대 인터넷교환기의 도입도 가시화하고 있다. 대형 라우터시장을 장악해온 시스코시스템스와 시스코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주니퍼는 지난해 10기가 전송용량까지 제공하는 차세대 라우터제품을 일제히 출시했다.

 인터넷장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스위치분야에서도 기술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제품보다 10배 이상의 데이터처리능력을 제공하는 10기가 이더넷스위치의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10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는 데이터처리용량의 획기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근거리통신망에 국한됐던 기존 이더넷스위치의 사용범위를 대도시지역망(MAN)·원거리통신망(WAN)으로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데이터통신망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세대 네트워크장비로 주목받고 있는 10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의 경우에는 최근 국산 개발작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관 아래 9개 민간업체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구성돼 오는 2003년까지 10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 상용화제품 개발을 목표로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들어간 것.

 10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는 초기시장인 2003년 전세계적으로 18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오는 2004년에는 36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네트워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제품으로서, 이번에 구성된 10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 개발 컨소시엄은 우선 올해말까지 시제품을 선보이고 2003년까지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용화제품의 개발을 완료, 초기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예정대로 2003년까지 10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의 상용화 제품이 개발되면 익스트림과 시스코 등 외국 네트워크장비업체에 비해 시기적으로도 결코 늦지 않아 시장진입이 무난할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국내 네트워크산업과 초고속인터넷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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