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 IT에 달렸다

신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면서 끝없는 성장 가도를 질주하던 IT산업에 뜻밖의 경고등이 켜졌다. 세계 경기를 주도하던 미국의 유수 IT기업들은 매출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악화됐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급기야는 대대적인 감원 바람까지 몰아치고 있다. 이를 두고 IT거품론이 등장하는가 하면 ‘한계 봉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했던 IMF터널을 IT를 통해 빠져나왔던 한국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근대화에 뒤졌고 산업사회에서도 후진성을 면치 못했지만 IT라는 엔진을 풀가동, 정보사회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던 한국의 기업들도 경영 악화, 기업가치 하락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동력이 추진력을 잃어가면서 우리 경제도 추락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의 IT산업 위기가 그간의 과속 질주에 따른 일시적 조정 국면이라고 판단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는 누가 뭐래도 IT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곽수일 서울대 교수는 “IT산업은 당장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보다 과감하게 IT산업을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21세기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성취해 온 국가 IT인프라를 활용, 21세기 국운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명 동아일보 회장은 “우리나라는 IT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세계 시장의 전면에 부상할 수 있는 초석은 마련된 셈”이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IT산업에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의 과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여기에 한국 IT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현 정부 역시 2010년 세계 10대 정보강국을 국정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기업, 국민 모두가 IT산업에 대한 마인드를 갖고 국가전략 산업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은 “IT투자에 인색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말하고 “IT의 가치와 생산효과를 인식하고 과학적 분석에 따라 과감한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도 IT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고 IT산업을 21세기 주력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국민성이 21세기 국운을 개척할 IT산업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다는 사실이다. 신바람 문화, 창조성, 개방적이고도 신속한 신문명 소화 등이 그것이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비디오 기술을 처음 만든 것은 미국이고 이를 상품화한 것은 일본이지만 이를 예술에 응용한 것은 바로 한국”이라고 지적하고 “한국인의 창조성을 볼 때 국내 IT산업이 세계적인 위치에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또 “지난 몇년간 IT산업이 양적 팽창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질적인 면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기업은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을 세우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국민의 정보화 욕구가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석 민주당 의원 역시 “IT산업이 1900억달러에 달하는 기존 수출산업과 합쳐진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더욱이 우리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사람’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 특유의 야생마적 기질이 정보화시대에 꽃을 피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제적 후진성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온 것이 우리의 역사였지만 누구도 기득권을 갖고 있지 못한 21세기 정보사회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IT는 21세기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차분하지만 치밀하게 IT산업 전반을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국가 경영 전략, 업계의 지향점, 인재 양성 등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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