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에이전시 가격 덤핑 몸살

웹 에이전시 업계가 ‘가격 덤핑’과 ‘공수표 사업제안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최근 크고 작은 업체가 웹 에이전시 분야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데 반해 수요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프로젝트가 중도에 다른 업체로 넘어가거나 부실하게 진행돼 전체 웹 에이전시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등 이에 따른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여기에 일부 업체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악용해 공개입찰을 위한 사업제안서를 받은 후 아무런 설명 없이 이를 무단으로 도용해 자체에서 진행하거나 재하청하는 등 공수표 사업제안서를 남발해 웹 에이전시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제 살 깎기식 출혈경쟁=경기 불황으로 그동안 대표적인 시장이던 민간 부문 수요가 크게 줄면서 가격 덤핑 등 제 살 깎기식 출혈경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초 웹 에이전시업계에서 관심을 끌던 E대학 프로젝트 공개입찰건은 업계에서 분석하기에 투자비용이나 인건비를 고려해 최소 3억2000만원 정도로 추산했으나 2억원이라는 가격에 신생 웹 에이전시인 T사에 낙찰됐다.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최소 투자비용이나 인건비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업체가 선정돼 충격을 줬다.

S기업 사이트 프로젝트 역시 처음에는 웹 에이전시인 A사가 8700만원에 수주를 따냈으나 S기업의 계열사인 C사(SI업체)가 25%에 달하는 2000여만원에 재수주하기도 했다. 정부 산하기관 L 웹 사이트도 초기에 2억원 이상으로 발주됐으나 6000만원 선에서 계약이 이뤄졌다. 이밖에 최근 들어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프로젝트 규모에 관계없이 평균 수주 가격이 크게는 50% 적게는 20∼30%에 낙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표 사업제안서 남발=일부 프로젝트 발주업체는 이 같은 치열한 경쟁 상황을 악용해 사업제안서를 받은 후 이를 무단으로 도용해 자체에서 진행하거나 제안서를 제출하지도 않은 업체에게 재하청하는 사례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웹 에이전시는 프로젝트 제안서를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이 넘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웹 에이전시사인 H사 측은 “시간괴 인력을 투자해 공들여 사업제안서를 준비해 제출했으나 1차 심사 후 최종 결정을 앞두고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프로젝트 자체를 연기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도 않은 업체가 이미 제출한 사업제안서를 토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H사는 한 달 평균 20건 정도의 공개입찰 의뢰 건수 가운데 평균 3, 4건 정도로 이같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E사 역시 “이전에도 이같이 사업제안서를 도용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부터는 하나의 관행으로 인식될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미 프로젝트 수행업체를 선정해 놓고 프로젝트를 보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개입찰 방식을 선언해 사업제안서만 받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요 업체는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고 나중에 다른 프로젝트를 발주할 가능성도 있어 별다른 항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 육성 시급=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웹 에이전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은 과당경쟁보다는 시장을 더욱 키우는 데 주력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가격보다는 서비스·품질로 경쟁하는 풍토가 정착될 때 이 같은 폐해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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